ADVERTISEMENT

오묘한 물의 성질…얼음 낚시가 가능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수 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 얼어붙은 호수 아래서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것은 물의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 덕분이다. [중앙포토]

호수 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 얼어붙은 호수 아래서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것은 물의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 덕분이다. [중앙포토]

12월부터 한파가 몰아치면서 지난 15일 한강이 얼어붙었다. 기상청이 공식 관측 지점인 서울 한강대교 노량진 쪽 상류에 얼음이 언 것이다.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 가장 높아 #호수 바닥부터 얼기 시작한다면 #물고기 겨울에 살아남을 수 없어

혹한이 아니더라도 겨울이면 하천과 강, 호수는 얼어붙기 마련이다. 얼음은 강과 호수 표면에서 얼기 시작한다. 바닥에서부터 어는 것이 아니다. 덕분에 강과 호수의 물고기도 죽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고 얼음 낚시도 가능하다. 물이 가진 오묘한 물리 화학적 특성 때문이다.

 연일 이어진 강추위로 한강도 얼어붙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동구 광진교 인근에서 한강경찰대 광나루 치안센터 대원들이 얼음 두께를 확인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한강 결빙(2017년 12월 15일)은 지난 겨울(2017년 1월 26일)보다 42일, 평년(1월 13일)보다 29일 빨랐다. 또한, 12월 한강 결빙은 1946년 12월 12일 이후 71년 만에 빠른 한강 결빙이다. [뉴스1]

연일 이어진 강추위로 한강도 얼어붙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동구 광진교 인근에서 한강경찰대 광나루 치안센터 대원들이 얼음 두께를 확인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한강 결빙(2017년 12월 15일)은 지난 겨울(2017년 1월 26일)보다 42일, 평년(1월 13일)보다 29일 빨랐다. 또한, 12월 한강 결빙은 1946년 12월 12일 이후 71년 만에 빠른 한강 결빙이다. [뉴스1]


지구 상에 기체·액체·고체가 모두 존재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이뤄진 물.
물은 지구에서 액체(물)·기체(수증기)·고체(얼음) 세 가지 상(相)으로 존재한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세 가지 상 모두를 쉽게 볼 수 있는 드문 물질이다.

물의 분자 구조. 붉은색이 산소 원자이고, 흰색이 수소 원자이다. 이들 세 원자는 104.45도 각도를 이루고 있다.

물의 분자 구조. 붉은색이 산소 원자이고, 흰색이 수소 원자이다. 이들 세 원자는 104.45도 각도를 이루고 있다.

물은 온도가 0도에서 100도 사이일 때 액체로 존재한다. 이는 1기압 압력 조건에서 맞는 말이다.
압력이 가해지만 어는점이 낮아진다. 600기압에서는 영하 5도에서 얼기 시작한다. 이런 원리 덕분에 우리는 스케이트를 탈 수가 있다. 몸무게로 인한 압력 때문에 얼음 표면이 순간적으로 녹고, 스케이트 날이 미끄러질 수 있다.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처럼 0.34기압인 곳에서는 68도에서도 끓지만, 220기압에서는 끓는점이 374도나 된다. 압력밥솥에서는 더 높은 온도에서 물이 끓기 때문에 맛있는 밥이 나온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여의아이스파크’. 얼음에 압력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얼음이 녹게 되는데,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스케이트다. 조문규 기자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여의아이스파크’. 얼음에 압력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얼음이 녹게 되는데,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스케이트다. 조문규 기자

물이 얼음이 되려면 여러 개의 물 분자가 결정을 이뤄야 한다. 적어도 275개 이상의 물 분자가 필요하다. 물이 얼면 물 분자는 육각형의 결정을 이루는데, 이 과정에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부피는 늘고 밀도는 낮아진다.

물의 밀도가 가장 높아지는 온도는 영상 4도, 정확하게는 영상 3.98도다. 이때 밀도는 ㎥당 1000㎏이다.
반면 얼음의 밀도는 917㎏/㎥인데, 물은 얼면서 부피는 약 9% 증가한다. 이 때문에 밀도가 낮은 얼음이 물에 뜨고, 병 속의 물이 얼면 병이 깨진다.

맹추위가 계속되면 수도계량기가 얼어터진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난 탓이다. [중앙포토]

맹추위가 계속되면 수도계량기가 얼어터진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난 탓이다. [중앙포토]

포항공대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22일 포항에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를 이용해 얼음이 얼 때 부피가 늘어나는 원인을 규명해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길이가 살짝 다른 두 가지 물 분자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길이가 긴 분자가 많이 포함된 덩어리일수록 부피가 크고 밀도가 낮은 덩어리를 형성했다. 4도 이하에서는 길이가 긴 분자의 비율이 증가한다. 따라서 얼음이 되면 부피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진공상태에서 영하 44℃가 되면, 두 형태의 분자가 같은 비율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얼어붙은 호수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이유
이러한 물의 특성은 특히 물고기들에게 중요하다. 만일 물이 어는점에서 밀도가 가장 높으면 겨울철 강과 호수 표면에 차가운 물이 가라앉아 바닥에서부터 얼게 된다. 이 경우 호수나 강 전체가 얼어붙어 물속 생물은 모두 얼어 죽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얼음이 위에서부터 얼고, 표면의 얼음은 단열 기능까지 한다. 대기는 영하로 떨어져도 얼음 아래 물은 얼지 않는다. 밀도가 높은 영상 4도의 물이 가라앉아 바닥을 채운다.

겨울이 지속하면 문제가 생긴다. 물속이나 퇴적토에 유기물질이 많으면 미생물들이 분해하면서 산소를 소비한다. 얼음 때문에 대기로부터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소비만 일어나면 산소가 고갈된다. 산소 고갈뿐만 아니라 황화수소 같은 유독 가스도 생성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할 수도 있다.
바닷물은 상황이 다르다. 염분 때문에 바닷물의 어는점은 영하 1.9도 정도이고, 밀도가 가장 클 때의 온도 역시 4도가 아니라 어는점 부근이다. 어는점 부근의 차가운 물은 계속해서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대양 대류 대순환(Oceanic Conveyor Belt)이 이뤄지고, 북극해 밑바닥 해수 수온이 4도보다 훨씬 찬 이유다.

혹한에는 바닷물도 얼어붙는다. 인천 오이도 선착장이 얼음과 눈으로 덮혀있다. [중앙포토]

혹한에는 바닷물도 얼어붙는다. 인천 오이도 선착장이 얼음과 눈으로 덮혀있다. [중앙포토]


물의 독특한 성질은 수소결합 때문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비열(比熱, specific heat capacity)이나 증발열(蒸發熱, heat of vaporization)이 크다.
물 분자들 사이에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을 이루는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보다 전자를 잡아당기는 힘이 크기 때문에 산소 원자는 음의 전하를, 수소 원자는 양의 전하를 띠게 된다. 그래서 수소-산소…수소-산소-수소(수소결합은 …로 표시) 형태의 수소결합이 만들어져 물 분자는 서로 강하게 붙들게 된다.
높은 비열이나 증발열은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기보다 바닷물은 온도 변화 없이 1000배의 열을 흡수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열의 80~90%를 바닷물이 흡수한다.
하지만 열을 흡수하면 물도 팽창한다. 수온이 4도에서 100도로 상승하면 물의 밀도는 4%가량 줄어든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데, 빙하가 녹아내리는 탓도 있지만, 열을 흡수한 바닷물이 팽창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 푸나푸티가 물에 잠긴 섬나라 투발루. 해수면 상승은 빙하가 녹아내리는 탓도 있지만,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팽창하는 것도 이유다. [중앙포토]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 푸나푸티가 물에 잠긴 섬나라 투발루. 해수면 상승은 빙하가 녹아내리는 탓도 있지만,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팽창하는 것도 이유다. [중앙포토]

수소결합은 식물에도 도움이 된다. 식물은 뿌리로부터 잎까지 물을 올려보내야 한다. 수소결합은 물이 높은 표면장력을 갖도록 하고, 덕분에 모세관 현상이 가능하게 한다.
표면장력은 물 분자들이 서로 뭉쳐 표면적을 줄이려는 힘을 말한다. 표면의 물 분자들은 아래쪽으로만 힘이 작용하므로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뭉치게 된다. 이슬방울이 둥글게 맺히는 것도 바로 이 표면장력 때문이다.

소금쟁이가 물에 떠 있는 것도 표면장력의 덕택이다.표면 장력이 강해 물 표면을 뚫을 수 없어 가라앉지 않는다.[중앙포토]

소금쟁이가 물에 떠 있는 것도 표면장력의 덕택이다.표면 장력이 강해 물 표면을 뚫을 수 없어 가라앉지 않는다.[중앙포토]

모세관 현상은 가는 유리관을 물속에 넣으면 유리관의 안쪽을 따라 물이 따라 올라오는 현상이다.
이 모세관 현상과 식물 잎에서 일어나는 증산작용 덕분에 키 큰 나무도 물을 높이 빨아올릴 수 있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 이슬 방울이 둥글게 만들어지는 것은 물의 표면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거미줄에 맺힌 이슬. 이슬 방울이 둥글게 만들어지는 것은 물의 표면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은 0.01%뿐 
우주에는 엄청난 양이 물이 존재한다. 지난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은 12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퀘이사) 주변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수증기 덩어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증기량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물의 4000배,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의 약 140조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46억 년 전 태양이 탄생하기도 전에 우주 공간에는 기체가 존재했고, 지구 상의 물 가운데 절반은 바로 성간 기체에서 온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의 절반은 태양계로부터 온 것인 셈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달의 뒷면과 지구 사진. 이 사진은 지구로부터 160만㎞ 떨어진 심우주기상관측위성(고어샛)이 촬영했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달의 뒷면과 지구 사진. 이 사진은 지구로부터 160만㎞ 떨어진 심우주기상관측위성(고어샛)이 촬영했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지구 표면의 71%는 물로 덮여 있다. 겉으로 봐서는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인 셈이다. 지구 상에 있는 물의 총량은 14억㎦(입방킬로미터)나 된다. 14억㎦은 14억㎥의 10억 배이므로 140경 ㎥이다. 지구 수자원 총량은 춘천 소양호의 저수량 29억㎥의 4억8275만 배다. 지구 표면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지구 상의 물 대부분은 짠 바닷물(97.47%)이거나 빙하·만년설(1.76%), 지하수(0.76%)이다. 호수·하천·강처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 지구 상의 물이 5L라고 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찻숟가락 하나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상의 물을 하나의 물 방울로 모았을 때의 모습이다. 물은 지구 표면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다. 지구의 반지름 6378㎞에 비하면 아주 얇은 층에 불과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지구 상의 물을 하나의 물 방울로 모았을 때의 모습이다. 물은 지구 표면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다. 지구의 반지름 6378㎞에 비하면 아주 얇은 층에 불과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흔히들 물을 ‘생명의 근원’이라고 한다. 지구 상의 생명이 바다에서 나타나 진화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물은 사람 몸무게의 대략 70%(몸무게에 따라 55~78%)를 차지한다. 몇 시간만 물을 마시지 않아도 목말라 하고, 일주일 이상 물을 마시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진다.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시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4L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마시는 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하루 100~200L의 물이 필요하다. 연간 36~72㎥에 해당한다. 더욱이 농업과 산업, 에너지생산 등 각 분야에도 물이 필요하다.


한국, 물 부족 국가라지만 부족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7.7㎜(1981~2010년 30년 평균, 전국 기준)로 세계 평균 715㎜(육지 기준)보다 훨씬 많다.

강수량에 국토면적(10만㎢)을 곱한 연평균 국내 수자원 총량은 1307억㎥이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수자원량은 2615㎥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여름철(6~9월)에 강수량이 집중돼 수자원 대부분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전에 바다로 흘러간다. 강물과 댐에 가둔 물, 지하수로 실제 사용하는 양은 수자원 총량의 26% 수준이다.

부산에 시간당 100㎜의 비가 쏟아진 지난 9월 11일 연제 구 등의 도로는 침수됐고, 중구 에선 주택이 붕괴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가야대로에서 차량이 침수됐다.  [사진제공=독자]

부산에 시간당 100㎜의 비가 쏟아진 지난 9월 11일 연제 구 등의 도로는 침수됐고, 중구 에선 주택이 붕괴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가야대로에서 차량이 침수됐다. [사진제공=독자]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 PAI)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452㎥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자원이 1000㎥는 넘기 때문에  PAI 분류기준에 따른 물 기근(饑饉) 국가, 즉 물이 아주 부족한 국가는 아니지만 1700㎥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물 스트레스 국가(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이 물을 부족한 줄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많은 양의 농축산물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쌀 1t을 생산하는 데에는 물 2895㎥가 필요하고, 쇠고기 1t을 생산하는 데는 1만5497㎥의 물이 들어간다.
쌀과 쇠고기를 수입함으로써 그만큼의 물을 덜 사용하게 된다. 농산물 수입이 바로 물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나 가상수(假想水, Virtual water)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비된 물의 양을 계산하고, 그 상품이 다른 나라로 갈 때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만큼의 물도 따라 수출된다고 간주한다.

수자원은 국가별로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인구밀도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물 부족은 곧잘 국제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구 상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다. 강수량 자체가 고르지 않는 데다 물을 이용하는 시설도 부족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지구 상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다. 강수량 자체가 고르지 않는 데다 물을 이용하는 시설도 부족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물을 둘러싼 공동체들 사이의 분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 경쟁자를 뜻하는 영어 라이벌(rival)과 경쟁을 의미하는 라이벌리(rivalry)는 모두 개울이나 시내를 뜻하는 라틴어 리부스(rivus)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중략)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물로 인해 생긴 국가 간의 폭력사태는 37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7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다. -권순국·강찬수 등 『사람과 물』

나일강. 나일강 물 이용을 둘러싸고 하류의 이집트와 상류의 국가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나일강. 나일강 물 이용을 둘러싸고 하류의 이집트와 상류의 국가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물로 국제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요르단 강물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
나일 강의 물을 둘러싸고 상류의 부룬디·콩고·에티오피아·케냐·르완다·수단·탄자니아·우간다 등 8개 나라와 하류의 이집트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상류에서 누군가 물의 흐름을 변경하려 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전쟁이라도 할 태세가 되어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 물 위협을 느낀 이집트는 수단에 대해 공중 폭격명령을 내리기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인구증가와 산업발전으로 인해 앞으로도 지구 전체의 물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21세기에도 인류 사회가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국가 간 협력하지 않는다면 물을 둘러싼 분쟁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과 같이 하면 가장 잘 하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원리’라고 했고, 중국의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가장 잘하는 것은 물과 같다고 했다. 낮은 데로만 흐르는 겸손함과 모든 것을 녹여내는 포용력을 칭송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2015년 8월 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54세 생일을 맞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직접 쓴 ‘상선약수(上善若水)’ 휘호를 선물했다. 이 휘호는 노자 도덕경의 명 구절 중 하나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이가 싫어하는 자리로 흘러간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는 구절로 이어진다. 반 총장은 또 휘호 오른쪽에 ‘오파마 총통각하 아정(奧巴馬 總統閣下 雅正)’이 란 오바마의 중국식 이름과 직위를 덧붙였다. 아정은 '드리다'는 존칭이다. 반 총장은 저우빈(周斌) 화둥사범대 교수에게서 서예를 배웠다. [사진제공=백악관 홈페이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2015년 8월 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54세 생일을 맞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직접 쓴 ‘상선약수(上善若水)’ 휘호를 선물했다. 이 휘호는 노자 도덕경의 명 구절 중 하나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이가 싫어하는 자리로 흘러간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는 구절로 이어진다. 반 총장은 또 휘호 오른쪽에 ‘오파마 총통각하 아정(奧巴馬 總統閣下 雅正)’이 란 오바마의 중국식 이름과 직위를 덧붙였다. 아정은 '드리다'는 존칭이다. 반 총장은 저우빈(周斌) 화둥사범대 교수에게서 서예를 배웠다. [사진제공=백악관 홈페이지]

노자는 사람이 길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길을 따라 사는 삶의 모습을 그는 물의 은유를 통해 들려준다. “가장 잘 하는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아니하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니, 길에 가깝다. 머물 때는 물처럼 땅을 잘 기름지게 하고, 마음을 쓸 때에는 물처럼 그윽하고,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물처럼 더불어 잘 어울리고, 말을 할 때는 물처럼 미덥게 하고, 바르게 할 때는 물처럼 잘 다스리고, 일을 할 때는 물처럼 능숙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잘 맞춘다.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므로 허물이 없을지니.” (上善若水. 水善而萬物以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도덕경 8장) - 이상수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중국 춘추시대 철학자인 노자 [중앙포토]

중국 춘추시대 철학자인 노자 [중앙포토]

과학에서도 물을 보편 용매(universal solvent)라고 부른다. 모든 것을 녹여낸다. 그리고 품는다. 오래전 노자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런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 사람이다. 물의 또 다른 요소인 ‘수질’에 대해선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