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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후견인 오빠가 엄마 재산을 마음대로 써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엄마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어요. 어느 날 집에 오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이후 계속 병세가 악화했습니다. 엄마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집에 오지 못하고 계속 병원에서 누워 계세요. 거듭된 수술로 많이 쇠약해지셔서 과연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지 맘이 몹시 아픕니다.

교통사고.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교통사고.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엄마 간호를 위해 간병인의 도움도 받았지만, 인근에 사는 오빠 내외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는 것부터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와 합의도 오빠가 모두 처리했습니다.

배인구의 이상가족(32) #후견인 선정 후 친족 아닌 공적인 관계 #정기적으로 재산목록 및 후견사무보고서 제출해야 #후견인 권한남용 시 형사처벌 가능

어느 날 오빠가 엄마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면서 법원에 성년후견신청을 하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오빠에게 미안한 생각뿐이라서 오빠가 하는 말에는 모두 동의를 했습니다. 이후 오빠가 엄마의 성년후견인이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오빠네는 예전 집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이사했어요. 고생을 많이 한 오빠네가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기쁜 소식이어야 하는데 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엄마의 재산을 오빠가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빠가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엄마의 재산은 엄마를 위해 써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엄마가 모아 둔 재산이 있었기에 간병인의 도움도 받고 오빠 내외도 간병을 했을 텐데, 엄마 재산이 없어지면 이후에도 오빠가 엄마를 부양할지 의문이 듭니다. 오빠가 엄마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제작 조민아]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사례자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해 쇠약해지고, 판단능력도 떨어진 상태로 보입니다. 그래서 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해 사례자의 오빠가 어머니의 처지를 가장 잘 알고, 헌신적으로 어머니를 돌볼 것이라고 판단해 후견인으로 선정했겠죠.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많은 사례에서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됩니다. 특히 피후견인의 재산이 많지 않아 후견인에게 보수조차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사례자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모아 둔 재산도 있었고, 추가로 보험금도 받으셨을 테니 재산관리가 중요한 문제가 되겠죠.

법원은 후견인을 선임한 후에도 어머니와 같은 피후견인이 인격적으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해 후견감독업무를 합니다. 물론 후견인 역시 법원에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재산을 포함한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첫 성년후견센터 설립한 서울가정법원. 임현동 기자

첫 성년후견센터 설립한 서울가정법원. 임현동 기자

혹시 오빠가 엄마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했다면 사례자는 법원에 후견인을 변경해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재판절차에서 오빠가 어머니의 재산관리를 잘못했는지도 밝힐 수 있겠죠.

한 가지 덧붙이면 오빠는 어머니와 가장 가까운 친족이지만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인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어머니, 특히 어머니의 재산과 관련해서는 공적인 관계가 됩니다.

따라서 만약 오빠가 어머니의 재산을 횡령했거나 배임을 했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친족인 후견인에게 유죄 판결을 인정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친족이라 하더라도 후견인으로 임명된 경우 피후견인의 재산 관리상 불법행위 대해서는 친족상도례(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 그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정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2017. 11. 8. 선고 2017고단284 판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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