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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깨고 나와라 외쳤지만…” 딸 남겨두고 떠난 아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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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제천 화재참사로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22일 문화일보는 전날 화마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이야기를 전했다.

공장일을 하는 윤모씨(54)는불이 나던 그 시각, 아내 정모씨(54)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기에 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뜬금없는 전화에 윤 씨는 아내가 근처에서 발생한 화재를 보고, 놀란 마음에 전화를 한 것 정도로 여겼다. 착각이었다.

다시 걸려온 수화기 너머 아내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윤 씨의 부인은 “여기에 불이 났다. 빨리 와달라”고 울부짖었다.

윤 씨는 아내가 있는 목욕탕 쪽으로 차를 몰았다. 멀리서 검은 연기가 보였다.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는 “숨쉬기 힘들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가스가 올라와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유리창을 깨라, 창을 깨고 나와라”고 외쳤지만, 아내는 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윤 씨도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에도 윤 씨의 아내는 오후 11시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

윤 씨는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딸이 있다”며 “딸 하나를 남겨놓고 가버렸다”고 울먹였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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