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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만 깼더라도…아내 손 보니 지문 없어져”

중앙일보

입력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들의 일부 유족은 가족의 훼손된 시신에서 당시 끔찍했던 상황이 연상돼 더욱 괴로워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오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에서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오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에서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로 목욕을 하러 갔던 아내를 잃은 류모(59)씨는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보니 지문이 사라진 상태였다”며 “아마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 같다”고 말했다.

2층 여성 목욕탕은 이번 참사에서 29명 중 20명이나 숨져 피해가 가장 컸다. 2~3층 목욕탕은 외벽이 통유리로 돼 있는데, 이 대형 강화유리가 구조를 어렵게 했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족들은 “유리창만 깼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원통해하고 있다. 22일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이 같은 하소연이 쏟아졌다.

류씨는 김 장관에게 ”바깥에서 소방관이 먼저 유리부터 깨줬으면 전부 다 살 수 있었는데 구조대원들이 유리를 깬 건 오후 6시나 돼서였다. 이미 다 사망한 상태였다”며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장관은 “소방서로부터 왜 유리창을 안 깬 건지 보고들은 게 있느냐”는 유족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가 “장관인데 왜 못 듣나”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 장관은 “개선책을 강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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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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