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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오 의원직 상실, '1인 정당' 된 민중당…김생기 정읍시장도 시장직 상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13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중당 윤종오(54·울산 북구) 의원 등 국회의원 5명과 김생기(72) 정읍시장의 운명이 22일 대법원에서 엇갈렸다.

한국당 이철규, 3번 기소 3번 무죄 '진기록' #김한표, 김철민, 이재정 의원도 의원직 유지

통합진보당 후신인 민중당 소속 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 시장은 앞서 원심이 이들에게 각각 선고한 벌금 300만원형과 벌금 200만원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의원직과 시장직을 잃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반면 자유한국당 이철규(60·동해·삼척), 김한표(63·경남 거제) 의원과 더민주 김철민(60·안산 상록을), 이재정(43·여·비례) 의원은 무죄나 가벼운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윤종오, 의원직 상실…‘1인 정당’ 된 민중당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윤종오 의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윤종오 의원.

대법원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해 총선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민중당은 현역 의원이 한명 뿐인 ‘1인 정당’이 됐다. 통진당 출신 김종훈 의원이 홀로 남게 됐다.

민중당은 김 의원과 윤 전 의원이 지난 7월 새민중정당을 출범시킨 후 민중연합당을 합당해 창당했다. 당원의 70%가 옛 통진당과 관련이 없는 새 당적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심 멤버 대부분은 통진당 출신이어서 ‘통진당 후신’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 대변인도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이 맡고 있다.

대법원이 윤 전 의원의 운명을 결정한 이 날은 공교롭게도 통진당 해산이 결정된 지 3년 3일째 된 날이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9일 통진당 해산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앞에서 옛 통진당 당원들과 함께 헌재를 규탄하며 이석기 전 통진당 대표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내란음모죄 등의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윤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국회 입성을 노렸다. 현대자동차 공장 등이 있는 ‘노동계 텃밭’ 울산 북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전화·1인 시위를 통한 사전선거운동, 선거운동원에 대한 무상 숙소 제공 등의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유사 선거 사무소와 1인 시위 등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같은 판단을 하면서 벌금을 300만원으로 올렸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범죄 내용과 윤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김생기 정읍시장, 벌금 200만원 확정…시장직 상실

대법원3부는 지난해 총선에서 같은 당 후보 지지 발언을 한 혐의로 김 시장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이날 확정 선고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3월 13일 정읍지역 유권자로 구성된 산악회의 등반대회에 참석해 정읍·고창 선거구에 출마한 더민주 하정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튿날인 14일에도 정읍의 한 식당에서 산악회 회원 등 35명을 상대로 하 후보의 지지를 당부했다.

1, 2심 재판부는 “김 시장이 선거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정당과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시장이 2010년 선거에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오뚝이 인생’ 한국당 이철규, 세 번째 무죄…김한표도 의원직 유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12월 22일 대법원이 2심의 무죄 선고를 확정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던 이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12월 22일 대법원이 2심의 무죄 선고를 확정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던 이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철규 의원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대법원2부(대법관 조희대)는 이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경찰 출신인 그는 이번까지 3번 기소돼 3번 무죄를 받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경기 안산경찰서장 재임 때인 2003년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2005년에 무죄 판결을 받고 경찰에 복직했다. 이 의원은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2011년에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듬해 구속됐다. 이 사건 역시 2년여 뒤인 2013년 10월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일로 승진ㆍ보직 인사에서 제외돼 스스로 경찰을 떠났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 과정에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의원이 총선 당선증을 받은 직후인 4월 14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이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고교 학력을 속였다는 혐의가 적용돼 발목을 잡혔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예비후보 등록 후인 2015년 12월 28일 공식 블로그 게시판에 ‘경기도 성남 S고교 졸업’이라고 게재했다. 지난해 3월 7일과 4월 8일 언론 인터뷰와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선 ‘S고등학교를 2년간 다니고 학교에서 졸업을 인정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 의원이 증거로 제출한 졸업증명서에 대한 판단이었다. 1심은 허위라고 봤지만 2심은 “피고인이 S고교에서 학교장 명의의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은 사실, 이 증명서가 S고 교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담당 직원에 의해 작성ㆍ발급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2부는 (대법관 고영한)는 이날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표 의원에 대해서도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김 의원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언론사에 보낸 성명서에 ‘뇌물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복권됐다’는 취지로 표기해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노력을 해 정부가 조선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확대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 점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적용됐다.

1, 2심 재판부는 성명서 ‘복권 표기’를 허위사실로 봤다. 다만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조선업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선 ”다소 과장이나 오해 소지가 있지만 조선업을 위해 노력한 점은 진실에 가깝다”는 김 의원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더민주 김철민 벌금 90만원, 이재정은 무죄…의원직 유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대법원2부는 지난해 4ㆍ13 총선을 앞두고 위장전입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받은 김철민 의원에 대해서도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의원은 총선이 열리기 두달여 전인 지난해 2월에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동생의 집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주소를 이전하고 선거를 치러 위장 전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08∼2009년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 사업에 32억원을 투자해놓고 공직자 재산신고(2015년 12월말 기준) 땐 이 사업의 투자금 채권 가치를 13억원으로 축소 신고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위장전입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재산 축소 신고 혐의는 “채권 가치를 산정한 결과 축소 신고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더민주 이재정 의원은 상대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5일 경기도 시흥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같은 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함진규 당시 새누리당 후보(현 자유한국당 의원)를 지칭하며 “강남 백화점에서 음식 사 먹는 사람, VIP룸에서 커피 마시고 장 보는 분”이라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배심원 7명 중 6명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벌금 250만원에 대한 선고는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가 가벼운 점 등을 고려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처분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의원의 발언을 경쟁 후보를 지칭한 허위사실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세력이라 생각되는 부유층을 표현한 추상적 표현이나 의견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선거법에서 의견 개진이나 추상적인 평가는 금지하지 않고 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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