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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국 핵위협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 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북한)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핵무력 완성"주장 9일 만에 미국 핵공격 위협 #21일 세포위원장 대회 개회사 #향후 한국, 미국 등 협상때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 #김여정은 주석단 맨 앞줄로 포진

22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세포위원장 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했고, 개막사를 했다고 전했다. 세포위원장은 5~30명씩 구성된 북한 노동당의 최소조직 책임자로, 이들 전원이 모인 건 2013년 1월 4차 대회 이후 4년 11개월 만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제5회 세포위원장 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제5회 세포위원장 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우리의 전진 노상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도전들이 앞에 가로 놓이고 있지만, 이를 낙망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있다”며 “적들의 비렬(비열)한 반공화국 책동에 의하여 모든 것이 부족하고 난관과 시련이 겹쌓이는 속에서도 자주·자립·자위의 혁명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국가 핵 무력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빛나게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2일 제8차 군수공업 대회 폐막식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9일 만에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정치국에서 정한 정책을 도당-군(郡)당-지역당 등의 경로를 거쳐 전달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성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잘 견디자’는 메시지를 말단 당 조직까지 직접 전달하기 위해 세포위원장을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주장을 언론에서 공개한 건 대내적인 의미도 있지만, 미국을 향해 ‘대화냐 전쟁이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입장 표명일 수도 있다”며 “핵무기 완성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정은이 ‘전략 국가’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한 걸 두고 향후 한국이나 미국과 대화를 할 경우, 핵보유국 입장에서 임하겠다는 예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옛 소련과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체제전환 이후 고립과 경제난으로 1990년대 초부터 경제적 지원이나 체제보장을 부탁하는 수준의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이었다”며 “김정은이 직접 핵무기를 보유한 전략 국가로 규정한 이상 핵보유국이라는 입장에서 경우 군축 등을 요구하며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에서 한국을 ‘을’로 여기고, 미국과는 ‘큰 갑’(미국)과 ‘작은 갑’(북한)의 입장에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21일 개막한 세포위원장 대회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21일 개막한 세포위원장 대회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핵심 간부들이 자리하는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아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북한은 각종 행사에서 권력서열 순으로 주석단을 배치한다. 김여정은 지난 10월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포함돼 권력 핵심에 자리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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