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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폭위 안 연다

중앙일보

입력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사회부장관회의를 열고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사회부장관회의를 열고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내년부터 학생 간의 사소한 다툼 등 경미한 학폭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경미한 학폭 사안도 학폭위를 소집해 징계 조치를 내리는 등 지나친 엄벌주의가 오히려 학교의 갈등과 분쟁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 발표 #사소한 학교폭력, 학폭위 없이 교장 자율로 해결 가능 #정부 “지나친 엄벌주의가 학교의 갈등과 분쟁 심화”

22일 정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9월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무차별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들고 무릎을 꿇린 사건이 발생한 뒤 학교폭력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 여중생들이 또래 친구를 무차별 폭행하고 무릎을 끓린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한 사건이 발생하자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 여중생들이 또래 친구를 무차별 폭행하고 무릎을 끓린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한 사건이 발생하자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정부는 9월부터 관계부처와 전문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관련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대책은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늘려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현재 일반 초·중·고교에만 배치된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대안학교나 위탁교육시설에도 지정하기로 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체험형 학교폭력예방교육, 인성교육,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교육 등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벌어진 학교폭력 사안은 경중에 따라 달리 처리하기로 했다. 현재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반드시 학폭위를 소집해야 하고, 가해 학생이 받은 징계처분은 모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엄벌주의로 인해 학폭위 처분이 내려지면 학생들의 재심과 소송이 반복돼 학교가 온통 갈등과 분쟁에 휩싸이게 된다”며 “학교폭력으로 인한 분쟁을 완화하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소한 학교폭력 사안은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장이 교육적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학교장이 자체 해결한 학교폭력 사건은 교육청에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만약 보고를 누락하는 등 학폭 사건을 은폐·축소한 경우, 학교장을 파면·해임하는 등 징계 규정을 강화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모두 기록하는 현행 규정도 수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 민간단체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학교폭력 가해자가 받는 아홉 가지 처분 가운데 경미한 사안에 해당되는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2호), 교내 봉사(3호) 처분에 한해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자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소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한 반면, 중대한 학교폭력 처리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전문성을 강화한다. 학폭위의 학부모 위원 비중을 현행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축소하고, 대신 학생교육 및 청소년 지도 전문가, 법조인 등 외부 전문가를 학폭위 위원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과 관련된 재심 기관도 하나로 통일할 방침이다. 현재는 가해학생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하고 재심을 청구하면 교육청에 설치된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이 재심을 청구하면 시·도에 설치된 지역위원회에서 각각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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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고,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소년법의 법률안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과 소년법 개정을 위해 법률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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