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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세 30대 구조하려던 경찰, 아파트서 추락해 숨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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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연호 경사. [사진 대구경찰청]

고(故) 정연호 경사. [사진 대구경찰청]

우울증세를 보이는 시민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 외벽으로 이동하던 경찰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대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근무 정연호(40) 경사 #상담 도중 우울증세 남성, 옆방 들어가 문 걸어잠가 #상황 위급하다 판단…외벽 통해 진입 시도하다 참변

2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1일 오후 9시20분쯤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한 아파트 9층에서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정연호(40) 경사가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정 경사는 이날 오전 8시11분쯤 '아들이 집에 번개탄을 사 왔는데 조치를 해 달라'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동료 경찰과 함께 해당 아파트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두 경찰관은 집에 있던 신고자 가족들과 상담을 했다. 정 경사는 한 방에서 우울증세를 보이는 A씨(30)와 그의 어머니, 정 경사와 함께 출동한 한모 경위는 A씨 아버지와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에 대해 상담했다.

정 경사가 A씨, 그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던 중 갑자기 A씨가 동생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정 경사는 방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방 안에서 창문을 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정 경사는 옆방 창문을 통해 아파트 외벽을 타고 A씨가 있는 방으로 가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 경사는 미끄러져 아파트 아래로 추락했다.

정 경사가 추락한 직후인 오후 9시 30분쯤 119구급대가 도착해 정 경사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정 경사는 다음날 오전 2시47분쯤 숨을 거뒀다.

정 경사의 빈소는 대구 수성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경찰은 24일쯤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대구경찰청장 장으로 정 경사에 대한 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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