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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TV속의 삶 이야기] 北, 연말·설날 주고받는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새해 달력은 12월이면 선물로 흔하게 주고받지만 북한에서 달력은 연말이나 설날에 주고받는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다. 북한의 내년 달력은 명승지 풍경·도자기·영화배우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달력이 연말·설날 최고의 선물로 인기 #내년은 김정은에 ‘최고영도자’ 수식어 추가 #김정은 명의 새해 선물 박스의 단골도 달력 #해외공관에서 달력은 대외선전용으로 이용해 #뇌물로 받은 달력은 시장에 되팔기도 #시장 달력 값은 한 달분 월급에 맞먹어

북한의 새해 달력이 나왔다. 명승지 풍경을 담은 달력들과 도자기·영화배우 편집 달력 등이 눈에 많이 띈다.

북한의 새해 달력이 나왔다. 명승지 풍경을 담은 달력들과 도자기·영화배우 편집 달력 등이 눈에 많이 띈다.

북한의 내년 달력은 과거처럼 김일성 생일(4월 15일)·김정일 생일(2월 16일)에 붉은 글씨로 ‘민족최대의 명절’임을 강조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은 내년에도 평일과 같이 검은색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올해 달력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단순 호칭했던 것과 달리 내년 달력에는 김정은 앞에 ‘최고영도자’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것은 2016년 6월 개정한 북한 헌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개정된 헌법에서 국무위원회를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적 기관’으로 규정하고 국무위원장을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고 규정했다.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정은이다.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은 붉은 글씨로 ‘민족최대의 명절’임을 강조했지만,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은 평일과 같이 검은색으로 표기했다.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은 붉은 글씨로 ‘민족최대의 명절’임을 강조했지만,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은 평일과 같이 검은색으로 표기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로 상단을 채운 달력은 새해를 맞으며 김정은 명의로 보내는 단골 선물이다.

북한 중앙기관에서 책임일꾼으로 근무한 고위탈북민 이모씨는 “10·11과 가족들과 당·국가 간부들에게 김정은이 새해에 선물 박스를 보내는데 식품과 함께 꼭 들어있는 것이 달력이다”며 “최고영도자가 보내준 달력을 집안에 걸어놓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10·11과 가족이란 노동당 조직지도부 10과와 11과에서 일상생활을 돌보아주는 가족이다. 10과는 항일혁명투사 유가족과 김정일 시대 최측근 유가족들을 관리하며 11과에서는 대남공작원들의 일가족 생활을 담당한다.

북한 해외공관에서 근무한 김모씨는 “12월이 되면 조선출판물수출입사에서 발간한 달력들이 대사관에 도착한다”며 “외무성·무역대표부 등 각 부서는 달력들을 주재국 관련 인사들에게 새해 선물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모씨는 “대외선전용으로 제작되는 달력에는 고층건물 빌딩·고려인삼·화장품 등도 담겨 있어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주목을 끌 만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달력은 공식기관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서도 선물·뇌물로 활용된다. 과거에는 문학예술출판사·외국문출판사 등이 국가 예산으로 제한된 양의 달력을 출판하다 보니 새해 달력은 간부들이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반 주민들은 달력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사들이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사업으로 달력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제작돼 시장에 판매되고 있으며 ‘연말 화폐’처럼 통용되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시 출신 탈북민 오씨는 “한국에 와서 달력을 무료로 받아 많이 놀랐다”며 “북한은 연말이면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교원에게 바칠 달력을 사달라고 많이 졸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달력값은 한 달분 월급에 맞먹는다. 그래서 부유층 자식들은 학교 교원들에게 수십 개의 달력을 뇌물로 바치기도 한다. 한 달 수입으로 살기 어려운 교원들은 달력들을 다시 시장 장사꾼들에게 넘겨 생계를 유지한다.

이어 오씨는 “11월부터 달력이 최고의 뇌물”이라며 “동 분주소(인민보안성 하부단위)의 보안원(경찰)에게 달력을 여러 개 바치면 ‘시끄러운 문제’들도 말끔히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시어머니에게 좋은 달력을 선물하면 며느리를 예쁘게 봐주었다”고 웃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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