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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개 유엔 회원국,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잘못됐다”

중앙일보

입력

재정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도 국제사회의 ‘결의’를 막지 못했다.

비상총회에서 美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비판 결의안 # 한국도 찬성…미국, 이스라엘 등 9개국만 반대 # 법적 구속력 없지만 트럼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 #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사진 유엔웹TV 캡처]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사진 유엔웹TV 캡처]

21일(현지시간) 유엔 긴급 총회에서 128개 국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찬성해 채택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이스라엘을 포함한 9개국만이 반대했다. 35개 국가는 기권했고 21개 국가는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서류에 사인해 들어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서류에 사인해 들어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이를 폐지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도 표명했다. 사실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 여론을 반영한다는 점에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유엔은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했지만 상임이사국이 미국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결의안은 유엔총회로 직행해 이날 표결했다. 아랍권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한 터키와 예멘의 요청으로 개최됐다. 유엔 총회에서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미국 역시 193개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1표를 행사할 뿐이다.

말을 탄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말을 탄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져가는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에 맞서 표를 행사하고, 유엔총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찬성표를 던지는 국가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을 시사한 것이다.

니키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트위터에서 “미국은 (찬성하는 회원국의) 명단을 만들 것”이라며 “우리가 대사관을 어디에 둘지 결정했을 때 그동안 우리가 도와준 국가들이 우리를 겨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21일 유엔총회장 연단에서도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총의를 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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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결과에 대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들 국가와 미래에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어트 대변인은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규정할 때 유엔 표결이 유일한 요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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