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제천 화마가 앗아간 할머니ㆍ엄마ㆍ딸 3대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망자 중에 일가족 3명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이 중 고교 졸업반 학생인 손녀딸 김모(18)양은 대학 입학을 앞둔 상태였다. 김양은 전체 사망자 29명 중 가장 나이가 적다.

3대가 함께 목욕하러 갔다가 참변 #고교 졸업반 손녀딸은 대학 입학 앞둬 #한꺼번에 3가족 잃은 유족 망연자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천시 소방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사망한 김모(80)씨와 민모(49)씨, 김모(18)양은 할머니ㆍ엄마ㆍ딸 3대 가족이다. 수능이 끝나고 연말을 맞아 고향을 찾았던 민씨와 김양은 외할머니 김씨와 함께 목욕하러 이곳에 들렀다가 화를 입었다.

이들 3명이 한 가족이었다는 것은 밤늦게서야 확인됐다.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제천시 소하동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에 화재가 발생한 직후 유족들이 소방당국에 “가족 3명이 화재 건물 목욕탕으로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고 말하면서 유족과 소방당국은 함께 신원 확인에 나섰다.

확인결과 외할머니 김씨는 명지병원에, 민씨와 김양은 제천서울병원에 안치된 상태였다. 모두 2층 여자 목욕탕에서 시신이 발견됐지만, 시신 수습 초기 같은 가족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각각 흩어져 있었다.

또 외할머니 김씨와 엄마 민씨의 신원은 바로 확인됐지만, 김양의 신원은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확인됐다. 사이좋게 목욕을 떠났던 3대를 한꺼번에 잃은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유족 박모씨는 “경기도에 사는 처형과 처조카가 고향에 들러 장모님과 목욕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내와 장모님 그리고 딸을 잃으신 형님(민씨 남편)은 말도 잘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으셨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병원 측에 “세 가족을 한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김씨의 시신은 22일 새벽 2시 20분쯤 딸과 외손녀가 있는 제천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천=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