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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국내 유일 구례 압화박물관 … “한겨울에도 야생화 활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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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는 야생화의 천국이다. 지리산에는 국내 야생화 종류의 3분의 2가량인 1500여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이 야생화를 키워 생계를 꾸리는 구례에서는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볼 수 있다. 꽃을 눌러 만든 작품이 가득한 한국압화박물관에서다.

야생화 천국 구례에 지난해 문 열어 #압화대전 수상작, 해외작품 등 전시 #꽃 키워 작품 제작까지 6개월 이상 #압화 그림, 공예품 만드는 체험도

구례군 구례읍 압화박물관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그림처럼 보이던 압화(押花)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우와~ 진짜 꽃이 그림에 들어갔네”라며 감탄한다. 어떤 꽃이 쓰였는지 살펴보느라 한 작품을 뚫어져라 구경하는 관람객도 있다. 관람객 최정미(42·여·전남 광양시)씨는 “꽃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례 한국압화박물관의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한국압화박물관의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압화는 말 그대로 납작하게 눌러, 수분을 빼낸 꽃을 이용한 그림이다.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이끼, 나뭇잎, 나무껍질 등도 재료로 쓰인다. 물감 대신 꽃을 이용해 대상을 표현한 압화는 1521년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키네가 300여 종의 식물 표본을 만든 게 시초다. 한국에서는 선조들이 문 창호지에 꽃이나 나뭇잎을 넣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압화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됐다.

구례에 있는 국내 유일의 압화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압화 전문 박물관이다. 2002년 압화전시관으로 출발한 이곳은 지난해 5월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상 2층 규모로 906㎡ 크기인 박물관에 210여 점의 작품과 410여 표본, 33권의 관련 도서, 40점의 도구가 전시돼 있다.

압화박물관에 전시된 수상작들. [프리랜서 장정필]

압화박물관에 전시된 수상작들. [프리랜서 장정필]

15개국 안팎인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은 정물화와 풍경화·인물화·추상화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 전시 중인 작품들은 2002년부터 매년 구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압화대전 수상작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4월 열린 제16회 압화대전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한 ‘작약 꽃향기 가득한’이라는 작품은 바구니에 담긴 작약을 표현했다. 그림 속 연보라색, 분홍색 꽃은 실제 말린 작약 잎을 핀셋으로 하나하나 올려 만들었다. 새 2마리가 든 새장은 나무껍질을 잘라 붙여 실제와 같은 색감과 질감을 표현했다.

압화박물관에 전시된 국가별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국·중국·일본의 작가들이 화려한 색감의 야생화를 쓰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 등은 주로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등을 활용한다. 기후 특성상 야생화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박물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박물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그림 작품과 함께 공예 작품도 압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압화를 넣은 평평한 유리를 얹은 테이블, 압화가 담긴 장신구, 압화를 붙인 타일·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압화박물관 옆 체험교육관에서는 압화 그림과 함께 공예품들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압화 작품은 제작하는 동안 변색을 막기 위해 하루이틀 안에 완성하는 게 보통이다. 다만 꽃을 직접 키우거나 말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6개월에서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말린 꽃을 시중에서도 판매하지만 작가에 따라 직접 재료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주로 작약·수국·공조팝 등 꽃이 쓰인다.

한국압화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임성은 학예사는 “압화는 실제 꽃을 사용해 색감이 뛰어난 데다 꽃을 층층이 쌓은 원근감도 표현돼 작품성이 뛰어나다”며 “어떤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압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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