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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스키 타기에 서울만 한 곳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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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행자의 취향 │ 스키전문가 박순백

백두산이 보이는 중국 완다리조트. [사진 박순백]

백두산이 보이는 중국 완다리조트. [사진 박순백]

스키 정보가 유통되는 국내 최대 스키 사이트인 닥터스파크(drspark.net)를 운영하는 박순백(64)씨는 한글과컴퓨터, 드림위즈 부사장을 지낸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언론학 박사다. 프로 스키어는 아니지만 한국 스키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한국 첫 스키장인 용평리조트가 생기기 전인 1968년부터 대관령에서 활강을 즐겼고, 스키 교재도 여러 권 출간했다. 그에게 스키와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 스키 사이트 닥터스파크 운영 #겨울마다 유럽·북미로 스키 원정

스키에 빠진 계기가 궁금하다.
“학창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아웃도어 스포츠에 눈을 떴다. 프랑스 산악인 가스통 레뷔파(1921~85)를 롤 모델로 삼았다. 그가 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 교장인 걸 안 뒤 스키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68년 프랑스 그르노블 겨울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3관왕을 차지한 장 클로드 킬리(74)가 멋져 보였다. 용평리조트가 생긴 게 75년이다. 그때까지 리프트도 없는 대관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탔다. 말이 스키장이지 눈 덮인 야산에서 스키를 신고 게걸음으로 슬로프를 다져가며 탔다.”
선호하는 스키장은.
“집에서 30~40분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 스타힐리조트를 가장 많이 찾는다. 시즌권을 구매해 개장부터 폐장 때까지 주말마다 스키장을 간다. 설질(雪質)을 따져가며 스키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짜 고수는 설질이 어떻든 그에 맞게 스키를 즐긴다. 가까운 곳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늘 감격한다. 경기도에만 스키장이 5개다. 서울처럼 주변에 스키장이 널린 도시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
해외 스키 원정도 자주 다니나.
“겨울마다 두세 차례 해외 원정 스키를 다닌다.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의 알프듀에즈나 로키산맥 중심에 있는 캐나다 밴프를 주로 찾는다. 유럽이나 북미는 한번 원정을 가면 열흘 이상 스키만 탄다.”
기억에 남는 스키장은.
“2012년 11월 중국 지린성에 있는 완다리조트를 방문했다. 이때 약 22㎞ 떨어진 백두산 서파 스키장을 일부러 찾았다. 설상차를 타고 백두산 꼭대기로 올라가 스키를 타고 내려온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영하 40도에 달하는 한겨울에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 때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스키를 탔나 싶을 정도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스키가 힘에 부치진 않는가.
“힘들기는커녕 해마다 실력이 늘고 있다. 한국 스키어 대부분이 마흔이 되기 전에 스키를 접는다. ‘중급자의 함정’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제대로 배워 중급자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지쳐서 그만두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스키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스키 원정을 가면 짐이 많을 텐데.
“스키 장비는 바퀴가 달린 스키 캐리어에 담아 별도로 보내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간다. 간단한 먹거리처럼 한국으로 되가져오지 않을 것들은 진공 포장해 부피를 최소화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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