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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개 SK주유소로 사업 할 사람 모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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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가 국내 최대 3600개 주유소 자산을 활용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다.

최태원 SK회장 ‘공유인프라’ 1호 #택배허브 만들거나 카셰어링 등 #주민이 기업 자산 함께 이용하게 #사회적 가치 창출 아이디어 공모 #외부에 서버 공개한 아마존서 착안 #최 회장, 공유인프라 추가 발굴키로

전국 SK주유소의 땅·사업구조·마케팅시스템 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되면 수익을 SK와 공유하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성장전략’이 구체적 사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가 보유한 3600개 주유소를 공유인프라로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사업모델을 공모한다고 21일 밝혔다. SK주유소의 주유기·세차장·유휴부지 등 눈에 보이는 자산, 그리고 사업구조와 마케팅·경영관리 역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모두가 공유 대상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공유인프라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최근 SK그룹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기업이 가진 유형·무형의 자산을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 어떤 아이디어도 좋다. SK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3600여 개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가진 만큼 택배사업 같은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친환경 전기차 충전소나 공유경제의 한 축인 카셰어링 관련 사업을 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회사는 ‘주유소 상상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18년 1월 30일까지 주유소를 공유인프라로 활용할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방안과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공유인프라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창출·성장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을 언급했다.

당시 최 회장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 관계사가 가진 각종 인프라와 경영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SK는 물론 외부 협력업체와 같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SK 최고경영자(CEO)들은 앞으로 어떤 것들을 공유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달라”고 ‘숙제’를 냈다.

최 회장이 당시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존 웹서비스(AWS)’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쇼핑 비수기에 놀다시피 하는 아마존닷컴 쇼핑몰의 거대한 서버를 하드웨어 투자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과 외부 사업자들에게 개방했다.

다양한 외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서버는 보안시스템·데이터베이스 등 운영 시스템까지 갖춘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나아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업용 클라우드 스토리지’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냈다. 현재 넷플릭스·에어비앤비 등 유명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WS를 활용하고 있다.

공유인프라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과 맥을 함께한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은 앞으로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며 “공유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창업을 하고, 사업을 키울 수 있고, 불평등과 양극화 같은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회장은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한 뒤 ‘생태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딱 내가 생각해 온 아이템이다. 내가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201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이어 2014년엔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229쪽 분량의 책도 출간했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 성경과 일부 신문 외에는 사회적 기업 관련 자료만 찾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SK그룹은 이번 ‘주유소 공유 프로젝트’를 신호탄으로 계열사별로 공유인프라 발굴과 활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국 세인트존피셔대학 최정호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는 사회와 융합돼 사회적 이익을 함께 끌어내는 ‘공유가치 창출(CSV)’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회사의 독특한 자산과 역량을 활용한 CSV가 효과가 높고 장기적이며,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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