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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의총이라더니, 민주당 권력구조 놓고 장단점 나열하고 끝내

중앙일보

입력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며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작 당내에선 어떻게 개헌할지를 놓고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집권 여당이 21일 연 개헌 의원총회는 당 소속 의원의 절반에 불과한 60여 명만이 참석했다. 이날 의총은 개헌의 핵심인 권력 구조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민주당은 어떤 권력 형태를 국민에게 제안할지에 대해 윤곽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당 등 야당은 민주당이 개헌의 실제 내용을 놓고 답을 피한 채 지방선거를 개헌 세력 대 반개헌 세력으로 몰아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의원 세 명이 각각 ‘협치형 대통령제’ ‘독일형 내각제’ ‘권력분산형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설명했다. 김종민 의원은 대통령과 행정부에 쏠린 권력을 분산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대결 구조를 완화하는 ‘협치형 대통령제’를 발제했다. 권력의 핵심인 내각 인사권은 대통령이 갖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무총리 의회 추천권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 ▶대선 결선투표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등이 담긴 제도다.

독일형 내각책임제는 이종걸 의원이 제안했다. 대통령은 의례적 권한을 갖고, 실질적인 권한은 수상이 갖는 제도다. 수상(혹은 총리)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의회는 ‘건설적 불신임 투표’로 수상을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적 불신임 투표는 의회가 과반수 찬성으로 사전에 차기 수상을 선임한 뒤 불신임 투표를 하는 제도다. 미리 차기 수상을 정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전현희 의원이 제안한 권력분산형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고 감사권 일부를 국회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의 권한을 수평적, 수직적으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치분권을 강화하고 지방정부의 기능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된다.

하지만 민주당 의총은 당의 입장을 정하는 대신 여러 제도의 장단점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고만 설명했다.

민주당은 앞서 기본권, 경제, 사법부 문제를 다룬 세 차례의 의총을 열었지만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특히 권력구조에선 합의점이 없었다.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권력 구조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선 의원들은 개헌에 관심이 많지만 초·재선 의원들은 대부분 권력구조나 사법부 이슈 등을 공부하고 설명을 듣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총 평균 참석 인원이 40~50명, 많아야 60명 수준이라 여기서 당론을 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설명했다.

국회 개헌특위 활동도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월 구성된 개헌특위의 활동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여야 3당이 합의하면 연장할 수 있지만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반발해 개헌특위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22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개헌특위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특위 활동은 31일 종료된다. 국회 차원에서 개헌을 공식 논의할 회의체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회동했다. 박종근 기자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회동했다. 박종근 기자

정 의장은 회동에서 “개헌특위가 (개헌 내용에 대한) 결론을 확실히 내겠다는 일정이 있어야 연장을 하든가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논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지방선거에 개헌안이 동시에 올라가지 않으면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헌정사에 있었느냐”고 반발해 회동 10분 만에 회의장을 나갔다. 이러다보니 민주당 내에선 결국 ‘청와대발 개헌 발의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국회 중심 개헌은 사실상 어려운 과제"라며 "국회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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