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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열강이 탐내는 "자원보고"-<킹조지섬 세종 기지=장재열 특파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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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곁으로는 순수한 과학연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풀 벗겨보면 세력확장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최근 UN총회만 열리면 제3세계 국가들은 선진국의 남극독점에 항의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영유권을 주장, 지도에까지 그리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남극의 우위확보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제 한국기지가 남극권에 건설돼 남극 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피부에 닿는 현실로 다가왔다.
남극진출의 진정한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남극기지의 의미>
남극이 그나마 우리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79년 본사 보도진이 처음으로 남극대륙을 밟은 이후.
그 동안 법적인 문제 등이 검토돼 오다가 지난해 전격적으로 기지건설이 확정돼 현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백70여명의 건설 및 연구팀은 킹조지섬 노엘힐산산밑 필데스만을 굽어보는 언덕에 각국 기지 중 가장 멋진 시설을 세워놓았다.
킹조지섬 한국기지의 위치는 남위 62도13분15초, 서경 58도45분10초로 남극반도 끝에 위치한 섬이다.
뒤에는 흰눈, 앞으로는 감청색 남극 바다가 주황색 기지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대건설 김석렬 과장(38)은『유빙과 폭풍우 속에 해상 장비들이 떠내려가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며『세종기지는 발전하는 한국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짧은 체재 기간이었지만 이런 건설단의 밝은 표정에서 자부심이나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찌든 역사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이역만리에 해외기지를 세웠다는 뿌듯한 감회가 기지 곳곳에 배어있었다.
아직 남극은 겉으로는 이념과 국가를 초월한 곳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기득권 쟁탈이 치열하다. 칠레는 킹조지섬에 13가구를 이주시켰으며, 은행과 상점까지 차렸다.
소련은 최대한 많은 당을 차지하려는 듯 여기저기에 시설물을 산발해 세웠으며 인공위성 전문가도 파견하고 있다.
따라서 남극기지 건설의 의의는 마지막 남은 대륙을 일부 국가가 독식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며 한국의 세계적 위치를 높이는데서 찾아야한다.
l8, 19세기 세계 열강에 합류하지 못하고 주권을 잃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남극에서만은 우리도 한몫 끼어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
남극을 설명하는 미사여구는 많다. 「모든 인류를 위한 자산」「인류의 마지막 좋은 말이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점점 남극은 국가간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신경전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 예로 칠레는 지도에 반드시 남극의 일부를 자기영토라고 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남극은 자신이 먹기도 어렵지만 남이 가지면 배아픈 묘한 땅이다.
『남극에서 자원 등을 개발할 가능성은 당분간 어렵습니다. 그러나 나는 없어도 좋지만 남에게는 줄 수 없는게 국가 이해이므로 지금부터 국제 정치·외교 면에서 남극을 깊게 연구해야 합니다. 해양연구소 이서항 박사(국제정치)의 말이다.
지난 59년 미·영·일 등 선진국은 남극조약을 맺어 30년간 지키기로 했다. 이 조약은 90년에 재검토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은 남극기지에 활발한 연구실적을 쌓아 발언권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높이는 활동을 펴야한다.
또 남극관광단의 파견, 남극대륙에의 제2기지 건설, 남극전문가 양성 등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관심을 쏟아야할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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