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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모네 그림에 사물의 경계가 희미했던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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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백내장이 무엇인지, 요즘 논란이 되는 노안 백내장 수술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경복의 시시각각(4) #노화가 원인으로, 60~70대 90% 생겨 #약물 보다는 인공수정체 수술이 근본 치료

우리 눈 속에는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있습니다. 수정처럼 맑고 깨끗하여 수정체라고 합니다. 깨끗한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여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눈 질환을 백내장(白內障 흰 눈 속 장애)이라고 합니다.

백내장의 라틴어 어원(cataracta)을 살펴보면 폭포라는 뜻이 있습니다. 백내장이 너무 심하면 밖에서 맨눈으로 보기에도 동공이 하얗게 보이는 데, 이것을 쏟아지는 폭포가 하얗게 보이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동공이 하얗게 보이는 과숙 백내장. [사진 강경복]

동공이 하얗게 보이는 과숙 백내장. [사진 강경복]

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며 60~70대가 되면 90% 이상에서 생깁니다. 다른 원인으로는 외상, 선천성 눈질환, 선천성 대사질환, 약물(스테로이드 등), 눈 속 염증(포도막염) 등이 있습니다.

모네 그림에 사물의 경계가 희미한 이유  

백내장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흐리게 보인다=이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빛이 잘 통과하지 못해 생깁니다.

▶ 한 눈으로 보아도 물체가 두세 개로 겹쳐 보인다=수정체가 부분적으로 뿌옇게 변하면 통과하는 빛이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져 사물이 두세 개로 겹쳐 보일 수 있습니다.

▶ 안경도수가 자주 바뀌거나 돋보기 없이도 가까이가 보인다=수정체의 중심 부분(핵)이 딱딱해져(핵 백내장) 근시가 생기면 한동안 바뀌지 않던 안경 도수가 계속 변하고 일시적으로 돋보기 없이 가까이가 더 잘 보일 수 있습니다. 핵 백내장이 더 진행하면 점점 더 가까이가 보이다가 다시 안 보이게 됩니다. 신문이나 책을 볼 때 돋보기가 항상 필요했는데 갑자기 돋보기 없이도 보인다면 눈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수정체 중심부에 생긴 핵백내장. [사진 강경복]

수정체 중심부에 생긴 핵백내장. [사진 강경복]

▶ 밝은 햇빛에 나가면 더 안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인다=백내장이 수정체 앞쪽이나 뒤쪽 가운데에 생길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오히려 밝은 곳에서는 동공이 줄어 백내장에 가려져 안보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동공이 커지면서 주변으로 빛이 들어와 시력이 나아집니다.

▶ 색감이 변하거나 눈부심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모네가 백내장이 심할 때 그린 그림을 보면 이전 그림들보다 색감이 붉고 사물의 경계가 많이 흐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주로 안약을 사용합니다. 약물치료는 이미 생긴 백내장을 없애지 못하며, 진행을 늦추는 데에만 약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백내장은 있지만, 시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아 당장 수술하기 힘들거나 수술을 너무 무서워해 수술을 미룰 때 사용합니다.

백내장 수술은 뿌옇게 변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눈 속에 인공수정체를 넣어 주는 수술입니다. 인공 수정체는 몸에 안전하고 형태나 색깔이 바뀌지 않는 재질로 만들며 한번 눈 속에 넣으면 평생 갑니다.

백내장이 너무 심하거나 합병증이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백내장 수술을 하루 이틀이나 한두 달 안에 급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내장 수술. [중앙포토]

백내장 수술. [중앙포토]

예전에는 백내장 수술 후 수술 전보다 오히려 더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 시력이 심하게 떨어졌을 때만 수술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백내장이 꽤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가능한 미루고 싶다는 분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백내장이 너무 진행한 후 수술을 하면 합병증이 늘어나고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엔 수술 방법과 기계가 발달해 백내장 수술의 목적이 단지 백내장만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백내장 수술과 함께 근시·난시·원시 같은 굴절이상과 노안을 한꺼번에 교정해 시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공수정체 종류에는 단초점 인공수정체, 다초점 인공수정체, 난시 교정 인공수정체가 있습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이전부터 많이 쓰던 인공수정체로 초점이 하나입니다. 수술 후 먼 곳이 잘 보이면 가까이가 보이지 않아 돋보기가 필요하며, 가까이가 잘 보이면 먼 곳이 잘 보이지 않아 멀리 볼 때 안경을 껴야 잘 보입니다.

그리고 난시가 많이 있으면 멀리든 가까이든 잘 보기 위해서는 안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빛을 한 곳으로 아 사용하므로 시력의 질이 가장 좋습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밤에 빛 번짐 심할 수도 있어

노안·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환자의 눈에 삽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안·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환자의 눈에 삽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원거리, 근거리, 중간거리 모두를 볼 수 있도록 초점이 여러 개입니다. 따라서 노안을 함께 교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다초점 안경과 다르게 원거리나 근거리를 보기 위해 렌즈의 특정 부위를 통해 볼 필요가 없고, 어지럽지도 않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빛을 나눠서 각각 원거리와 근거리를 보는 데 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빛을 나눠서 쓰기 때문에 밤에 빛 번짐이 심해서 운전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빛을 나누어 사용할 뿐만 아니라 나누는 과정에서 빛의 일부가 소실되므로 단초점 인공수정체보다 시력의 질이 떨어지고, 빛이 부족한 어두운 곳에선 안경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등으로 망막 기능이 떨어진 경우 오히려 더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하였을 때 근거리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젊었을 때처럼 깨알 같은 글씨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개 30~40cm 떨어진 곳에서 신문을 볼 수 있
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치과 기공이나 보석가공과 같은 정밀작업을 하기 위해 추가로 돋보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 다르지만, 생활 중 80~90% 정도는 안경 없이 지내고 필요에 따라 얇은 안경이나 돋보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다초점 인공수정체 모두 난시까지 교정할 수 있는 렌즈도 나오므로 난시가 시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있을 때 사용하면 난시 안경을 쓸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눈 질환이 있는지, 얼마나 가까이 많이 보는지, 밤에 운전을 많이 하는지 등 개인의 생활 유형이나 습관에 맞춰 자신의 눈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결정해야 합니다.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생기므로 완전히 막지는 못합니다. 또한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흡연, 스테로이드 약물, 자외선 등에 의해 백내장이 일찍 오거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위의 질환들을 잘 관리하거나 담배를 끊거나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좋습니다.

강경복 하나서울안과 원장 안과전문의 hanaeye@naver.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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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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