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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카톡보고 사고 뒤엔 ‘무용지물’ 바로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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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남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카카오톡(카톡)과 비슷하게 공직사회 내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들든지…한국은 IT(정보통신) 강국이라면서 보안에는 정부부터 무관심한 듯.”

중앙일보가 12월 19일자 1면에 보도한 ‘공직 카톡 보고 관행…미국에서는 파면감’이란 기사에 한 누리꾼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 문서가 공식 발표 전에 유출된 사건에서 보듯, 카톡이 공문서의 유출 통로가 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카톡을 대신할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14년 12월 6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공무원 전용 메신저인 ‘바로톡’을 시범 운영했다.

이듬해 7월부터는 전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사용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무원들은 바로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바로톡 접속자는 매일 3만5000명 정도다. 전체 사용 대상자(약 40만 명)의 9% 수준에 머문다. 바로톡에 대해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 잘 모른다”라는 공무원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불편해서다. 여러 보안 기술을 적용한 데다 기능 개선 속도도 늦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메신저에 비해 보안 기술을 더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메신저처럼 수시로 기능을 개선하기엔 예산 및 인력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바로톡 등을 기피할수록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정부 자료 유출 가능성은 더 커진다. 공직 내부 전산망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불편함이 보안을 무시한 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한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 상사와 회의를 하거나 대면 보고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무원 대다수가 “카톡 업무를 금지하면 업무 처리가 늦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데는 사정이 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4년간 바로톡의 개발 및 유지·보수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17억5000만원이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랏돈이 들어간 일이다.

공무원이 바로톡을 외면하고 카톡을 사용하면 보안 기강은 해이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대형 카톡 유출 사고’를 예방하려면 공무원 개개인의 보안의식 강화와 함께 바로톡 등의 시스템적인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