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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또 이렇게 아이들은 위험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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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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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 그거 진짜야?’ 사망 소식을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생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응.’ 짧은 답 뒤에 침묵. 끊어진 문자가 오히려 충격을 고스란히 전해 줬다. 아들은 초등 시절 샤이니의 ‘링딩동’을 따라 부르며 종현을 그렇게 좋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별 언급도 없길래 한때의 팬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퇴근 후 만나자마자 “소식 듣고 그냥 주저앉았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이렇게 사라져 버렸어”라고도 했다. 겉으로 티도 못 내고 속으로만 깜짝 놀랐다.

우리 아이만이 아닐 거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는 ‘종현 팬이었던 친구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끊고 연락이 안 돼 걱정된다’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왔다. 그중 일부는 세인의 관심을 노린 가짜 글이었지만 청소년들이 큰 충격을 받은 건 분명하다.

그가 단지 막강한 팬덤을 지닌 현역 수퍼스타라서만이 아니다. 어른들에겐 그저 아이돌 가수 중 하나일지 모르겠으나 많은 10~20대에게 종현은 좀 더 특별한 존재였다. ‘지친 너의 하루 끝 포근한 위로가 되기를… 서툰 실수가 가득했던 창피한 내 하루 끝엔…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자작곡 ‘하루의 끝’)라고 또래의 눈높이에서 위로해 주던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종현 작사, 이하이 ‘한숨’)이라며 힘든 시기를 같이 견뎌 주던 친구이기도 했다. 나를 달래 주던 사람이 실은 가장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걸 떠난 후에야 알게 됐을 때 누구라도 슬픔을 참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의 사망 직후 자살 도구와 방법을 자세히 언급하며 최소한의 자살보도윤리강령을 어긴 보도가 잇따랐다. 온라인 속보뿐 아니라 TV 메인 뉴스에서도 버젓이 고인의 죽음을 자극적으로 다뤘고, 그 여파로 관련 단어들이 꽤 오래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그 어떤 죽음도 흥밋거리로 다뤄지면 안 되는데, 더욱이 충격받은 청소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이런 무책임한 행태라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부모로서 더 화가 났다. ‘미안해, 내 탓이야, 고마워, 덕분이야’(‘Lonely’)라던 종현, 그의 명복을 빈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