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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각서 쓰고, 성관계…협박 정황있다면 강간 해당”

중앙일보

입력

협박의 정도가 상당하다면 합의 각서를 썼더라도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중앙포토]

협박의 정도가 상당하다면 합의 각서를 썼더라도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중앙포토]

합의 각서를 쓰고, 성관계를 했더라도 협박한 정황이 상당하다면 강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영진)은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폭행을 수반하지 않아도 협박의 정도가 상당하면 합의 각서를 썼더라도 강간에 해당한다”며 징역 4년과 함께 8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A씨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를 성매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1년간 관계를 이어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에 성관계 동영상을 찍도록 강요했고,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B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A씨는 “성관계 사진을 SNS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관계 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 심지어 각서에는 성관계 불응 시 성관계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했다.

각서를 토대로 A씨는 재판에서 합의에 따른 성관계임을 주장하며 변론을 펼쳤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성매수 혐의 및 폭력을 동반한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각서를 작성한 이후 이뤄진 성관계에 대해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B양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한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며 무죄 판결 부분을 파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na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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