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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5배 늘었지만 … 퇴근 땐 버스 줄지어 서울행 ‘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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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⑥ 원주혁신도시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7층에서 내려다본 원주 혁신도시. 새로 지어진 공공기관과 고층 아파트, 상가 건물이 즐비하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7층에서 내려다본 원주 혁신도시. 새로 지어진 공공기관과 고층 아파트, 상가 건물이 즐비하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고속도로 남원주나들목(IC)에서 반곡동 방향으로 6㎞를 가자 우뚝솟은 아파트 단지와 공공기관 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왕복 4차로 도로변에는 대부분 새로 지어진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해 도시는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27층 높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 등 공공기관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대형 쇼핑몰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달 초순 찾은 원주혁신도시 모습이다. 주민 김민철(46)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논과 밭, 나무가 무성한 산이었는데 어느새 고층 건물이 즐비한 신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 5곳, 초·중·고교 생겼으나 #가족 동반 이주율 24.7%로 저조해 #수도권 1시간 남짓 “이사 대신 통근” #상가 절반이 공실, 아파트 미분양도

원주혁신도시는 원주시 반곡동 일원에 359만㎡ 규모로 2007년 착공해 이달 말 공식 준공한다. 토지매입과 시설건립에 8843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2013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총 13개 공공기관이 들어섰다.

공공기관 입주로 아파트 시세는 상당히 올랐다. 2014년에 입주가 시작된 1110세대 규모 아파트 경우 분양가는 3.3㎡(1평)당 606만원이었지만 지금은 82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2억원이었는데 현재 2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원주혁신도시

원주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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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여건도 갖춰진 상태다. 유치원 5곳을 비롯해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다. 의료시설 역시 병·의원 9곳을 비롯해 약국도 5곳이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구도 점점 증가 추세다. 2014년엔 3907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 1만337명, 지난해 1만7802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지난 9월 현재 7950가구 2만1198명이 거주하고 있다. 원주시는 앞으로 인구 3만1000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세도 크게 늘었다. 입주 초기인 2014년에 147억7100만원이었지만 2015년 492억8500만원, 지난해엔 503억11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원주혁신도시가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주중에만 혁신도시에 머무는 이들이 많아서다. 지난 3월 기준 공공기관 직원 이주율은 52.3%다. 가족 동반은 24.7%, 미혼·독신은 2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직원이 매일 서울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최모(39)씨는 “퇴근 시간만 되면 각 기관 앞에 서울행 대형버스가 줄지어 기다린다”며 “수도권과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보니 이주보다는 출·퇴근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설명했다.

‘3만 자족도시’를 기대했던 지역 상인들은 혁신도시의 현실은 적막감만 감도는 ‘유령도시’라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은정(66·여)씨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어두워지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상점도 많다”고 말했다.

상가 밀집 지역을 둘러 본 결과 건물마다 ‘임대’‘매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건 상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공인중개사 이은희(50·여)씨는 “전체 상가의 40~50%가 공실”이라며 “올해 LH에서 분양한 855세대 아파트 역시 200세대 가까이 미분양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상인들은 내년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청사가 완공되면 1000여명이 추가로 옮겨 온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명호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주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좋아진 만큼 이전한 공공기관 외에 산업기반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혁신도시 내에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과 교육 여건을 확충하면 ‘유령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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