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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찾은 ‘대화파’ 갈루치 “美 대북정책 엇박자…틸러슨 ‘조건없는 대화’ 발언 신뢰”

중앙일보

입력

미국 내 대북 대화파로 불리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1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에 신뢰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내 대북 메시지가 엇갈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리가 안된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meeting without precondition)가 가능하다고 밝혔고, 다음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해 엇박자 논란을 불렀다.

18일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 기조연설 #19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 주역 #“트럼프 행정부, 메시지 전달 훈련 잘 돼 있지 않아” #“대북제재 가한다고 北 붕괴 안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회장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회장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루치 전 특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이전 행정부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훈련이 잘 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점이) 정리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명확하게 일관된 입장이 나온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메시지는 변하기 마련인데 (틸러슨) 국무장관이 말한 것에 더 많은 신뢰를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해 왔던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갈루치 전 특사는 “군사 옵션은 외교 옵션과 제제, 봉쇄 등 여러 옵션 중 하나지만 훌륭한 군사 옵션이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군사 옵션엔 항상 상당한 위험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한국을 인질로 삼는 상황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외교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북)제재를 가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은 어떻게든 우회해서라도 무기를 고도화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방안이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면 다른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제재를 한다고 북한의 체제가 붕괴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 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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