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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의 마음 풍경]팥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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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에 폭설이 내렸다.
벌거벗은 나무는
배곯은 짐승은 산그늘에 숨어 울부짖는다.
그글피 동짓날 금방 어둠이 내리는데
얼은 몸 쉬어갈 마을은 어디 있을까.
팥죽 먹고 그릇을 바라본다.

길고 긴 겨울 밤 며칠
살얼음 언 팥죽을 동치미와 먹곤 했다.
할머니는 씨알을 넣고 손자는 불을 지피고
팥죽은 가마솥에서 폭죽을 쏘며 익어갔다.
이 겨울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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