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공백기간 향응제공'…대법 "매수죄 처벌 가능"

중앙일보

입력 2017.12.18 08:03

국회의원 선거구 공백기간에 벌어진 선거인 매수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잇따라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작년 1~3월 선거구 획정 전 유권자에 향응 제공
기존 1·2심은 "선거구 없어 처벌 못해" 무죄 판단
대법원 "매수죄 성립에 선거구 전제 필요치 않아"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종태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선거인매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이전인 지난해 1월 경북 상주 시내의 한 식당에서 지역 주민 9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15만원어치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에게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인매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김종태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김종태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하지만 1, 2심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선거인매수 혐의에 대해선 김 전 의원이 식사를 제공할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범행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기존 선거구획정표가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3월 2일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선거구 공백 상태였다. 1‧2심 재판부는 “선거인매수죄로 처벌하려면 ‘선거인’이라는 전제를 충족해야 하는데 유효한 선거구가 없는 상태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매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선거인은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있는 자로 한정되지 않고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해석이었다. 대법원은 “선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상대방인 ‘선거인’에 해당하고 행위 당시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될 필요는 없다”며 “원심은 선거인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매수죄를 유죄로 볼 경우 김 전 의원의 형량은 원심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의원은 부인이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돼 20대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당선이 무효됐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도 지난 5일에도 선거구 공백기간 중 선거구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총선 예비후보의 지인에 대해 같은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잇따른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으로 남아있는 비슷한 사건들도 재심을 통해 유죄로 인정될 전망이다. 현재 선거구 공백기 중 선거인매수죄와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은 10여 건에 이른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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