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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한겨울에 야생화 가득, 국내유일 '압화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 걸려 있는 압화 작품. 꽃 모양의 그림에는 실제 말린 꽃이 들어갔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 걸려 있는 압화 작품. 꽃 모양의 그림에는 실제 말린 꽃이 들어갔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는 야생화의 메카다. 지리산에는 1500여 종이 넘는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국내 야생화 종류의 3분의 2가량이다. 주민들도 야생화를 키워 생계를 꾸린다. 구례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도 형형색색 야생화를 볼 수 있다. 꽃을 눌러 만든 작품이 가득한 한국압화박물관에서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서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작품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서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작품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4일 오전 찾은 구례군 구례읍 압화박물관 곳곳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그림으로 보이던 압화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우와~ 진짜 꽃이 그림에 들어갔네”라며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어떤 꽃이 쓰였는지 살펴보느라 한 작품을 뚫어져라 구경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관람객 최정미(42ㆍ여·전남 광양시)씨는 “꽃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 걸린 압화 작품. 나무를 실제 꽃과 이끼로 표현했다. 원근감을 주기 위해 꽃 재료로 층을 형성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에 걸린 압화 작품. 나무를 실제 꽃과 이끼로 표현했다. 원근감을 주기 위해 꽃 재료로 층을 형성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압화(押花)는 말 그대로 납작하게 눌러, 수분을 빼낸 뒤 말린 꽃을 이용한 그림이다.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이끼, 나뭇잎, 나무껍질 등도 압화의 재료로 쓰인다. 물감 대신 꽃을 이용해 대상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1521년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키네가 300여 종의 식물 표본을 만든 게 압화의 시초다. 한국에서는 선조들이 문 창호지에 꽃이나 나뭇잎을 넣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압화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됐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의 전시된 작품. 나뭇잎으로 배경을, 나무껍질로 나무를 표현했다. 꽃 그림에는 실제 꽃이 쓰였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의 전시된 작품. 나뭇잎으로 배경을, 나무껍질로 나무를 표현했다. 꽃 그림에는 실제 꽃이 쓰였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 유일 압화박물관인 구례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압화 전문 박물관이다. 2002년 압화전시관으로 출발한 이곳은 신축 건물에 지난해 5월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상 2층 규모로 906㎡ 크기인 압화박물관에는 210여 점의 작품과 410여 표본, 33권의 관련 도서, 40점의 도구가 전시돼 있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국내 유일 압화박물관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박물관이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국내 유일 압화박물관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박물관이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15개국 안팎 전세계 작가들의 작품 종류는 다양하다.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 추상화 등이다. 압화박물관에 주로 전시된 작품들은 2002년부터 매년 구례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압화대전 수상작들이다. 올해 4월 열린 제16회 압화대전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한 ‘작약 꽃향기 가득한’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바구니에 담긴 작약을 표현했다. 그림 속 연보라색, 진보라색, 분홍색 꽃은 실제 말린 작약 잎을 핀셋으로 하나하나 올려 만들었다. 새 2마리가 든 새장은 나무껍질을 잘라 붙여 실제와 같은 색감과 질감을 나타냈다.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 지난해 문 열어 작품 210여 점 #꽃, 잎, 줄기, 이끼 등 재료로 표현해 관람객들 감탄사 #전세계 15개국 작가들의 작품 차이 느끼는 것도 즐거움

압화박물관에 전시된 국가별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생화를 작품에 주로 쓰는 것과 달리 러시아 등 국가 작가들은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등을 활용한다. 기후 특성상 야생화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한·중·일 작품이 화려한 색감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어둡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그림 작품과 함께 공예 작품도 압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압화를 넣은 평평한 유리를 얹은 테이블, 압화가 담긴 장신구, 압화를 붙인 타일,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압화박물관 바로 옆 체험교육관에서는 압화 그림과 함께 이런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압화 작품은 제작하는 동안 변색을 막기 위해 하루이틀 안에 완성하는 게 보통이다. 다만 작품에 쓸 꽃을 직접 키우거나 말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6개월에서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말린 꽃을 시중에서도 판매하지만 작가에 따라 직접 재료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주로 작약, 수국, 공조팝 등 꽃이 쓰인다.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의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작품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 대한민국압화박물관의 임성은 학예사가 압화 작품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한국 운영을 맡고 있는 임성은 학예사는 “압화는 실제 꽃을 사용해 색감이 뛰어나기도 하면서 꽃을 층층이 쌓아 원근감도 표현돼 작품성이 뛰어나다”며 “어떤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압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구례=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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