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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사일 방어 업그레이드 추진…순항미사일 등 동시 방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사진 MDA]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사진 MDA]

일본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 체계를 도입할 전망이다. 일본이 도입하려는 신 방어 시스템은 미국이 2020년 구축을 목표로 준비 중인 통합방공미사일방위(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IAMD) 체계라고 17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BMD서 IAMD 체계로 진화…"내년 방위대강 명기 검토" #북한·중국 위협 대응…"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대비해야" #미군 '니프카' 시스템 도입해 육해공 동시 추적해 요격 #이지스 어쇼어, SM-6 등 천문학적 장비 도입비 난제 #"사실상 미군과 일체화"…평화헌법 9조 위배도 논란 #

IAMD는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방어에 초점을 맞춘 기존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계를 확대한 방어 구상이다. 낮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비롯해 무인 공격기 등 적대 세력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2013년부터 IAMD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9개국과 함께 1발의 탄도미사일과 3발의 대함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하는 첫 실탄 사격훈련을 가졌다.

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내년 말 개정하는 방위계획대강(방위정책 기본지침)에 IAMD 도입을 명기하는 것을 현재 검토 중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대응이다. 특히 중국이 개발 중인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에 맞서기 위해서는 IAMD와 같은 전방위적인 방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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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래의 연장 선상이 아닌, 국민을 지키기 위해 진짜 필요한 방위력을 확정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 히캄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사진 미 육군]

미국 하와이 히캄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사진 미 육군]

이를 위해 관련 장비 도입을 서두를 방침이다. 오는 19일 각의에서 도입을 확정하는 지상형 이지스 체계(이지스 어쇼어) 등 대부분의 장비가 미국산이다. 사거리를 2500㎞까지 대폭 늘린 신형 SM-3 요격미사일(블록 2A) 등 일부 장비는 미·일 양국이 공동개발해 생산할 예정이다.

순항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 기존 SM-2 요격미사일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SM-6 미사일(사거리 241~496㎞)도 도입한다. SM-6는 최신형 이지스함과 이지스 어쇼어에서 모두 탑재해 운용할 수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SM-6 시험탄 도입비를 반영해놨다.

SM-6 요격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 레이시온]

SM-6 요격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 레이시온]

최신 조기경보기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는 모두 4대를 도입하는데, 내년 말까지 우선 2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E-2D에 장착된 AN/APY―9 레이더는 스텔스기를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중국이 올해부터 실전 배치한 J-20 스텔스 전투기를 겨냥한 조치다.

육·해·공의 모든 방어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네트워크 체계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운용 중인 해상통합 화력통제·방공(NIFC-CA·니프카) 체계가 거론되고 있다. 니프카를 통해 정찰위성과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육상 레이더 등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적 공격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비용이다. 1개 포대를 구성하는데 1000억 엔(약 9717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이지스 어쇼어의 경우 모두 2개 포대 장비를 들여올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SM-3 요격미사일 취득 비용은 657억 엔(약 6384억원), SM-6 시험탄 도입에도 21억 엔(약 204억원)을 책정했다. 먼저 들여오는 E-2D 2기의 가격은 491억 엔(약 4771억원) 정도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이건 일부에 불과하다”며 “IAMD를 실현하려면 한정 없이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미 해군의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 해군]

미 해군의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 해군]

자위대 장비의 미군 의존도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의 대외 유상 군사원조(FMS) 계약은 2011년 432억 엔(약 4198억원)에서 지난해 4858억엔(약 4조7205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무기의 대량 구매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어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AMD가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된 체계가 아니라는 점도 일본 입장에선 고민이다. 일례로 SM-3 요격미사일의 경우 2002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32차례 요격실험을 했지만, 성공률은 88%(28회 요격)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전 상황에선 요격 확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게다가 순항미사일은 요격 난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2014년 2월 하와이 히캄 기지에서 IAMD 계획과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2014년 2월 하와이 히캄 기지에서 IAMD 계획과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일본 국내에서는 법적 문제도 제기된다. 가령 미군 조기경보기가 포착한 정보를 공유 받아 자위대 이지스함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논란이다. 반대 진영은 일본 평화헌법 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력행사의 일체화’를 위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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