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쉼 없이 일할 것" 7530원의 역습

중앙일보

입력 2017.12.17 16:44

업데이트 2017.12.19 14:37

[최저임금 7530의 그늘] ②쉴 새 없어지는 알바 

내년 1월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기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오릅니다. 전례 없는 인상폭이라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도 큽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일터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담아 보도합니다.

글 싣는 순서
①가속도 붙은 무인화

②쉴 새 없어지는 알바  
③인건비 감당 어려운 농어촌
④유혹 커진 외국인 편법 고용
⑤“왜 세금으로 임금주냐” 분분

‘짧은 시간 고강도’ …알바시장 변화 조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사업장 알바생들은 단기 고강도 근로 상황을 맞게 됐다. [중앙포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사업장 알바생들은 단기 고강도 근로 상황을 맞게 됐다. [중앙포토]

서울 창천동의 한 고깃집 알바생들은 주로 오후 5~11시까지 6시간 동안 일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오후 6시30분부터 11시까지 4시간30분 동안 일을 하게 됐다.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식당 측이 근로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단축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덜 바쁜 오후 5시부터 6시30분 사이다.

식당의 방침에 따라 알바생들은 단위 시간당 더 높은 노동강도 속에서 일하게 됐다. 사장 박모씨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건비 비중이 커질 게 걱정돼 근무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알바생들이 짧은 시간 쉼 없이 일하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무급 휴식시간이라고 일 안 시킬까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내년부터 경비원들에게 30분짜리 무급 휴식시간을 주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 이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1인당 인건비는 약 22만원 올라간다. 무급 휴식시간 30분을 중간에 집어넣으면 인건비는 17만원만 올라간다.

무급 휴식시간에는 정말 일을 하지 않고 맘편히 쉴 수 있을까? 경비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급한 순찰이나 청소 민원,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경비원이 휴식시간이라고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아파트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경비원 김모(72)씨는 “휴게시간에도 시킬 것은 다 시킨다. 아예 감원을 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래도 내쫓기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하고 스스로 위로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경비원. [중앙포토]

아파트 단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경비원. [중앙포토]

급료 올랐지만 점심시간 잃은 알바생들

서울 성산동에서 수입 과자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C사도 알바생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8시간 근무에 시간당 7000원을 제공했지만 낮 12시부터 6시까지로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시간당 급료는 8000원으로 올렸다.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알바비’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회사 매출액은 오르지 않아 인건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알바생 관리 일을 하고 있는 K씨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할 때는 점심 식사 시간 한 시간까지 포함해 일당을 지급했는데, 지금은 식사는 개인적으로 하고 오고 6시간 일하는 형태가 됐다.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한 시간밖에 줄지 않았고, 원래 택배 처리할 양이 매일 일정한 게 아니라서 하루에 한두 시간은 알바생들이 멍하니 있는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알바생 기피업종선 구인난도 겪어

노동 강도가 센 일부 고깃집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엉뚱하게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편의점 알바 등도 다 시급이 오르게 되기 때문인지 구인공고 일주일이 지나도 문의 조차 없다. 시급 8500원까지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강도가 세지는 만큼 단위 시간당 생산성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 인상으로 사용자의 시간 관리가 철저해지면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로 산업 생산성 지표는 향상될 것이다. 이 생산성 향상은 기술 집약이나 업무 효율화가 아닌 근로 시간당 투입 노동량 상승으로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영익·최규진·여성국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