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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생, 친하던 강사 이메일 몰래 들어가 시험지 빼내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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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국대 공대생이 평소 친분이 있던 강사 이메일에 몰래 접속해 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해 수강생 전원이 재시험을 치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험지 유출 논란이 불거지자 이 학생은 뒤늦게 자수했다.

17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학교 화공생물공학과 ‘종합설계’ 수강생들은 지난 6일 기말고사를 치렀다.

이후 한 학생은 “지난주에 공용인쇄실에서 종합설계 기말고사 문제지를 인쇄하는 사람을 봤다”고 제보했고, 전체 교수 회의를 거쳐 재시험이 결정됐다.

교수들은 시험지 유출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이고, 성적 입력 기간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급히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한다.

재시험 전후로 동국대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과 페이스북 ‘대나무숲’ 등에는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글이 다수 올라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사진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학생들은 “시험지를 빼돌린 학생을 처벌해야지 전체 학생이 재시험을 봐야 하냐” “3파트 한 번에 보는 시험이었는데 한 과목 시험지를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은 다른 과목만 공부하면 되지 않나” “유출자가 F 받으면 졸업을 못 하니 재시험으로 퉁치려는 것 아니냐”며 유출자 징계를 요구했다.

시험지 유출자는 해당 수업을 듣는 4학년 남학생 A씨로 밝혀졌다. 그는 학교 전산원이 교수·강사 이메일 해킹 여부 조사에 착수하고, 교내에 관련 대자보까지 붙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학교 측에 자수했다.

종합설계 과목은 강사 3명이 분야를 나눠 가르치는 팀 티칭 과목이다. 이 중 외부 강사로 참여하는 변리사는 해당 과목의 또 다른 강사 B씨에게 자신이 낸 시험문제를 이메일로 보내며 “교수님께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B씨가 강사가 되기 전부터 친분이 있어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B씨 이메일에 접속했다가 변리사가 보낸 시험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유출했다. A씨는 학교 측 조사에서 “다른 학생에게 넘기진 않았고 혼자 봤다”고 주장했다.

화공과는 해당 사건을 학교 교학팀에 인계했으며 학교 측은 “정식 조사를 진행해 규정에 맞게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 ‘해당 과목 조교가 수업을 듣는 여자친구를 위해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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