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 가족은 크리스마스에 뭘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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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킹엄궁은 14일(현지시간) 공식 SNS를 통해 왕실의 2017년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을 공개했다. 영국 왕실은 18세기 조지 3세 시절 소피아 샬럿 매클랜버그 왕비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처음 장식한 이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궁궐을 꾸미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버킹엄궁에 들인 세 그루의 전나무는 모두 버크셔와 서리 사이에 위치한 윈저 그레이트 공원에서 가져왔다. 가장 큰 4.5m 높이의 트리는 중앙 마블 홀에, 3m 짜리 두 그루는 현관 양측에 실치됐다. 트리는 황금색 전구나 왕관 모양의 장식들로 꾸며져 왕실다운 클래식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금 도금된 중앙계단의 난간 손잡이 역시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졌다.

내년 5월 19일 결혼하는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인 배우 메건 마클.  [중앙포토]

내년 5월 19일 결혼하는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인 배우 메건 마클. [중앙포토]

매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노퍽의 왕실 별장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함께 보내고 있는 왕실 가족. 올해는 해리 왕자의 약혼녀인 배우 메건 마클이 가족행사에 초대받았다고 켄싱턴 궁이 밝혔다. 예비 왕실 가족이 결혼 전 크리스마스 가족행사에 참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이나 앤 공주의 딸인 자라 필립스의 남편 마이크 틴달도 정식으로 결혼하기 전엔 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찰스 왕세자 내외의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클라렌스 하우스도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공개했다. 클라렌스 하우스는 올해 소아 호스피스센터인 ‘헬렌 더글라스 하우스’와 ‘로알드 달 채리티’의 아이들을 초대해 펠트와 나무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제작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아들 조지 왕자는 지난달 말 ‘경찰차’ 선물을 받고 싶다는 편지를 산타클로스에게 보냈다.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까지 4대가 함께하는 샌드링엄 하우스의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 이들은 크리스마스 미사에 함께 참례하고 각종 자선 행사에도 참석한다. 영국 왕실의 오랜 크리스마스 전통을 살펴본다.

연극 무대에 선 엘리자베스 여왕

1944년 크리스마스 연극 공연 무대에서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공주(맨 왼쪽).

1944년 크리스마스 연극 공연 무대에서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공주(맨 왼쪽).

제2차 세계대전중이던 1941년부터 44년에 걸쳐 마거릿 공주와 엘리자베스 여왕(당시엔 공주)은 윈저성 무대에 올려진 연극에 출연했다. 공연 수익금은 참전 중인 병사들의 따뜻한 겨울 군복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을 위해 쓰였다. 44년 공주들이 출연한 사진 속 작품은 ‘Old Mother Red Riding Boots’.

왼쪽부터 크리스마스 성극 출연을 위해 유럽의 전설 속 동물인 고블린 옷을 입은 해리 왕자, 이듬해엔 양치기 복장을 했다. 윌리엄 왕자는 동방박사 연기를 했다.

왼쪽부터 크리스마스 성극 출연을 위해 유럽의 전설 속 동물인 고블린 옷을 입은 해리 왕자, 이듬해엔 양치기 복장을 했다. 윌리엄 왕자는 동방박사 연기를 했다.

어린 왕자와 공주들은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성극에 출연한다. 지난 9월 초등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한 조지 왕자는 최근 학교 무대에 올려진 크리스마스 성극 무대에 섰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양(羊). 윌리엄 왕세손 내외가 학부모석에서 아들의 연기에 감격했다는 후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80년대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 왕자도 크리스마스 연극 무대에 섰다. 해리 왕자는 4살 때 고블린 옷을 입었고, 이듬해엔 양치기로 승격했다. 윌리엄 왕자는 통이 넓은 긴 바지차림으로 동방박사를 연기했다.

크리스마스 메시지 발표

52년 이후 매년 대국민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예외는 69년 단 한차례. 당시 TV에 영국 왕실 관련 다큐가 방영됐기 때문이라고)
메시지는 사전에 녹음돼 12월25일에 맞춰 방송된다. 이 사진은 57년 처음 TV로 대국민 메시지가 방영된 당시 모습. 엘리자베스 여왕이 녹화 중 미소를 띄며 바라보고 있는 이는 카메라 뒤에 서 있던 남편 필립공이었다고 한다.

유행 따라 왕실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이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만큼은 유행이나 시대 변화에 따라 모양을 달리해왔다고. 엘리자베스 여왕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69년 당시 크리스마스 트리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늘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장식들을 붙이는 게 당시 유행이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컬러에 맞춘 드레스코드  

82년 당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 그리고 어린 윌리엄 왕세손이 함께 한 사진이다. 다이애나의 레드 벨벳 드레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미사 참례 드레스코드는 정장

80년대 중반에 촬영된 이 사진에는 다이애나와 손아래 동서였던 전 요크공작부인 세라, 세라의 남편 앤드루 왕자가 보인다. 크리스마스 미사 참례시 드레스 코드는 남성은 정장, 여성은 모자를 쓴 정장차림이다. 다이애나는 당시 유행하던 벨티드 코트를 입었다. 어린 윌리엄 왕세손 역시 클래식한 코트로 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국민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 읽기

2001년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눈길이 가지만 리빙룸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주목하자. 벽난로 위는 물론, 소파 테이블, 커피테이블 위까지 빼곡히 세워진 크리스마스 카드들. 카드를 리본으로 연결해 벽난로에서 늘어뜨린 카드 데코레이션이 참신하다.

호화로운 버킹엄궁의 크리스마스 트리

버킹엄궁이 2012년 공개한 엘리자베스 여왕과 크리스마스 장식. 골드와 레드로 꾸며진 트리와 화려한 꽃장식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홀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소유하고 있는 노퍽의 샌드링엄 하우스에 모여 함께 지내는 게 영국 왕실 가족들의 전통이다. 하지만 피치 못한 사정 때문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 20주간 파병됐던 해리 왕자는 현지에서 나홀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엔 기념 촬영을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도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자녀의 성장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두고 있다. 이 사진은 2014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미들턴 왕세손빈이 직접 촬영한 아들 조지 왕자의 모습이다. 버킹엄궁을 지키는 근위병 무늬의 스웨터가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에 정례화된 자선활동  

왕실 가족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다양한 자선활동에 나선다. 해리 왕자는 2014년 한 자선단체인 ‘센테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리카 레소토를 방문했다. 이 단체는 2006년 해리 왕자가 레소토의 세이소 왕자와 함께 설립했는데, 레소토 아이들의 의료와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크리스마스 미사는 모두 함께

왕실 가족들은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가까운 세인트 메리 대성당의 크리스마스 미사에 함께 참례한다. 사진은 201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크리스마스 장식에 맞춰 드레스 스타일링

2015년, 탁자의 꽃 장식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맞춰 아이보리색 의상을 선택한 엘리자베스 여왕. 탁자 위에 놓인 가족 사진 액자가 눈길을 끈다.

가족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2015년 샬럿 공주를 낳은 윌리엄 왕세손과 미들턴 왕세손빈. 4명이 함께 촬영한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손빈, 조지 왕자, 샬럿 공주가 전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빈은 지난 1년간 여러분들이 보내준 따뜻한 격려와 사랑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가족이 함께 지내게 될 첫 크리스마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축구 시합,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나

2015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노퍽지역의 샌드링엄 하우스 지역 주민들과 축구시합을 한 윌리엄(오른쪽)과 해리(가운데) 왕자.

2015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노퍽지역의 샌드링엄 하우스 지역 주민들과 축구시합을 한 윌리엄(오른쪽)과 해리(가운데) 왕자.

2015년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선 축구시합에 참여한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상대는 샌드링엄 하우스 인근 펍 단골손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경기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는데, 앞으로 축구시합이 영국 왕실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크리스마스 휴가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여왕이 소유한 별장인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는 영국 왕실 가족들. 여왕은 매년 버킹엄 궁에서 샌드링엄까지 열차를 이용한다. 사진은 2015년 역 플랫폼에 나타난 여왕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해엔 여왕과 필립공 모두 심한 감기를 앓아 이례적으로 헬기를 이용해 샌드링엄까지 이동했다고. 크리스마스 미사에도 참례하지 못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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