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휩쓰는 비트코인 광풍] 투자자는 '열광' 당국은 '제도권 불가' 평행선

중앙일보

입력 2017.12.17 00:02

보호장치 없는데 가격 높고 거래량 많아…정부 “과세와 강력한 규제” 예고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의 투자 열기는 더욱 뜨겁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높은 편이고 거래량도 많다. 외신에서 ‘한국은 비트코인의 그라운드 제로’라고 표현할 정도다. 사상 최악의 버블의 진원지가 될지, 투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발원지가 될지 미지수지만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도 그만큼 치열하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투자자가 명심할 사안은 무엇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짚어봤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기준으로 지난 1월 124만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8일 현재 2000만원을 넘겼다. 원화로 거래되는 물량도 많다. 세계 비트코인 시장의 10~20%에 육박한다. 원화 거래물은 달러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보다 적어도 10% 이상 비싸다. 투자자들은 이를 ‘코프(코리아 프리미엄)’라고들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거래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12월 7일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며 “한국은 비트코인의 그라운드 제로(핵폭탄이 터진 지점을 의미)”라고 보도했다.

사실 암호화폐계의 신데렐라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12월 31일 1이더당 9671원이었지만 지난 11월 24일 52만 8502원을 기록했다. 지금은 40만원대 후반에 거래된다. 5000% 상승률이다. 비트코인이 1년 새 20배 넘게 올랐다지만, 사실 증시도 만만치 않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10배 오른 주식도 꽤 많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무려 7년이 넘게 마약 자금이든 신종 투자수단이든 아니면 새로운 화폐철학의 발현이든 목적은 변했을지언정 계속 거래돼 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다 보니 성공신화도 그만큼 많다.

페이스북 초기 창업 멤버였던 윙클보스 형제는 저커버그와 소송을 벌여 받은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지금은 1조원대 부자가 됐다. 국내 몇몇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5억원을 벌었다는 대학생, 100억원을 벌었다는 투자자, 소소하게 두세 배를 벌었다는 이들의 각종 인증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투자 광풍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비트코인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기 전에 암호화폐란 게 기술적으로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알려지지 않은 개인 혹은 개발자 집단이 만들었다. 이전에 존재했던 가상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에는 암호화 기술이 사용했다. 비트코인은 데이터를 무작위의 문자열로 바꿔 표현하는 해싱[용어설명 참조], 개인 간 거래인 P2P 네트워크, 암호화 그리고 특정 난이도의 작업을 수행했다는 증명을 하는 작업증명(POW) 등의 기술로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발행이나 관리 주체가 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발행한다.

비트코인에서는 화폐 발행을 채굴이라고 한다. 채굴은 어디에 숨겨진 비트코인을 찾는다거나 인류에 보탬이 되는 수학문제를 푸는 게 아니다. 비트코인은 계좌가 모두 영문과 숫자 64개로 만들어진다. 유효한 조합을 찾는 행위가 채굴이다. 먼저 목표값에 해당하는 해시값[용어설명 참조]을 누군가 찾게 되면 ‘블록’이 발행된다. 이 블록이 10분마다 하나씩 계속 이어지고 각각의 블록은 이전의 모든 거래 내역을 암호화해서 지니고 있다. 블록이 체인처럼 이어져 있다고 해서 이를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 이렇게 블록을 발행하면 만든 사람은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다. 블록은 과거의 계약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거래장부 원본이 된다. 각 거래에는 이체수수료가 포함돼 있는데, 블록 발행자는 이 수수료도 받는다. 비트코인 발행은 오직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으로만 이뤄진다.

블록을 생성하는, 즉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앞서 해시값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누가 얼마나 컴퓨팅 파워를 투입했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만약 현재 채굴 중인 모든 컴퓨팅 능력의 10%를 자신이 투입했다면 10%의 확률로 블록 생성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채굴장을 만들고, 수많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동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개수를 2100만 개로 한정하고 발행속도를 블록 생성 난이도로 조절해 기존 화폐가 갖는 가치 하락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만약 누군가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 10분이 걸리던 블록 생성 속도를 5분으로 줄인다면 특정인에게 지나친 힘이 실리고, 이는 비트코인 체계상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블록 생성에 필요한 해시값 생성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한다. 누군가 자신의 비트코인을 타인에게 보내는 이체를 하면 모든 거래내역을 전부 담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블록이 필요하다. 이런 이체는 한 번에 확정되지 않고 총 6번, 즉 6개의 블록에 이체 내역이 기록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이체를 하든 물품을 사서 결제를 하든 한 번의 거래에는 60분의 시간이 걸린다. 일부 거래소 차원에서는 이를 1회, 즉 10분으로 단축하게 도와주지만, 실제 시스템에선 총 6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을 이체하려면(지불 혹은 판매하려면) 수십 개의 영문과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개인키가 필요하다. 이를 이미 공개돼 있는 64개의 영문과 숫자 조합의 주소와 결합하면 비트코인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개인키를 탈취당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비트코인도 탈취당하게 된다. 여기서 보안의 개념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다. 모든 거래자가 동일한 거래 원본을 나눠가지는데, 이 내용이 담긴 블록을 하나만 교체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은 이전에 있던 블록의 내용을 암호화해 가지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이 담긴 전체 사용자의 블록을 현실적으로 임의로 교체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키를 탈취당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트코인 계좌 주소와 자신의 비트코인이 담긴 주소를 보관하는 전자지갑과 관련된 정보도 얼마든지 탈취당할 수 있다. 때문에 아예 웹과 단절된 (심지어 종이에 써서 다닐 수도 있는) 하드웨어 방식의 전자지갑을 쓰는 사용자도 있다. 기술적으로 이런 장·단점을 갖춘 비트코인에 관한 쟁점을 살펴보자.

비트코인 가격 더 오를까?: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8일 현재 1만70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의 주장은 ‘수요가 있으면 가격은 오른다’로 압축된다. 실제로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2012년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3년 100달러대로 올라섰다. 과거 비트코인은 마약, 불법총기 거래자금 등으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대표적인 마약·총기 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를 2012년 조사를 시작해 2013년 11월 폐쇄하면서 단속 의지를 강하게 보이자 자본이 몰려들었다. 벤처캐피털들은 비트코인을 (무척 리스크가 큰) 투자의 일환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2014년 미국 벤처캐피털은 비트코인 4억 달러어치를 구입하고, 2016년엔 6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다른 가격 인상 축은 ICO(Initial Coin offering)다. ICO는 기업이 자본을 모으기 위해 주식거래소에 상장하고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식이 아닌 코인 즉 암호화폐를 판다는 게 다르다. 올 한 해 기업들은 ICO로 무려 2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자로부터 모았다. 갑작스러운 과열에 중국은 ICO를 금지했고, 한국도 여기에 동참했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만 발행하도록 약속돼 있는 암호화폐다.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이들은 화폐가치 하락을 막아줄 주요 원인으로 발행 개수와 시간을 유지하게 돼 있는 비트코인의 발행 구조를 꼽는다. 펀드스트래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2022년 2만5000달러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16배가 넘게 올랐다. 그럼 몇 배가 오르면 괜찮고 몇 배가 오르면 과열된 걸까? 굳이 기준을 따지자면 골드만삭스의 입장 변화를 살펴볼 만하다. 골드만삭스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11월 초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까지 오를 것이고 잠시 휴지기를 가지다 장기적으론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이 회사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입장을 바꿨다. 블랭크페인은 비트코인을 인정할지 결정을 하진 않았지만 ‘지폐가 금을 대신했을 때도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는 일종의 옹호론을 펼쳤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올 초 대비 10배가 오른 11월부터는 ‘마음에 안 든다’ ‘회의적이다’ ‘버블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더니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20%씩 오르내리는 비트코인을 통화나 가치저장 수단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곧 내릴 것이라는 증권가의 시각이 담겨있다.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쏟아지고 이것이 가격 조정을 가져온다는 주식 거래의 상식에 기반한 것이다. 비트코인 선물이 시카고옵션거래소·시카고상품거래소에 이어 나스닥과 도쿄금융거래소에서도 다룰 것이라는 점도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전조로 보인다. 선물은 현물의 위험을 피하는 헤지 수단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반한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 등락폭이 커지면 여기서 이익을 얻으려는 월가의 모종의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암호화폐는 버블일까?: 단기적으로 버블이 맞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나스닥 닷컴버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교해 보자[그래프참조]. 비트코인이 2009년 만들어졌지만 버블 논란이 될 만큼 가격 상승이 이슈가 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비트코인의 가격 그래프는 1년 차에 이미 수직 모양이 됐다. 물론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버블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측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버블론의 핵심이다.

버블이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실제로 지불수단으로 쓰이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로 비트코인 교환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 다우존스통신 산하의 금융 온라인 매체 마켓와치가 지난 여름 보도했다. 마켓와치는 특히 지금 비트코인 거래자들은 극히 일부이며 시장이 확대되면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버블이 아닌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새롭게 비트코인을 사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서 “최근 가상화폐 열풍은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산 것보다 높게 사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투자에 뛰어드는, 다분히 ‘폰지 수법’적인 특성이 발휘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더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가격이 꺾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소수점 이하로 한없이 내려가면서까지 쪼개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가지치기를 하기도 하는데 과거 버전과 호환이 되는 걸 소프트포크, 호환이 되지 않는 걸 하드포크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정된 발행개수를 비켜가는 방법이 다양하다. 즉, 버블이 언젠가 온다면 그게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일단 한 번 겪어보는 수밖에는 없고, 그때의 충격은 역대 어떤 버블보다도 클지도 모른다.

9월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문을 연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이 대형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9월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문을 연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이 대형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일까?: 화폐의 조건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화폐는 재화의 지불 수단, 교환 수단, 계산의 단위 그리고 가치 저장 수단이다. 하지만 이는 화폐의 기능이다. 화폐는 시장에서 유통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사회적으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 화폐라고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가 안정돼 변동폭이 크지 않아야 하며, 액면가가 작은 화폐를 합치든 큰 액면가의 화폐든 결과적으로 같은 가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폐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최종적인 책임 기관이 있어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화폐의 범위를 좀 더 좁혀 정의한다. 정부가 법정 화폐로 지정하고, 시장에서 유통되며, 교환 수단으로 쓰일 경우에 이를 화폐로 취급한다.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가 화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암호화폐에는 권리의무 관계 등 내재된 가치가 없고 보증해주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투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보증할 국가나 기관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있고, 누구나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암호화폐가 발행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법정통화도 화폐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발행국가의 신용으로 보증된다는 차이가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암호화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는 얘기가 많다. 비트코인 거래에 부과하던 소비세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제수단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정도이지, 일본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화폐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과거 금본위제의 금 대신 암호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금본위제와 무척 닮아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시행됐던 금본위제는 금의 자연적 채굴의 한계성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화폐용 금 공급량이 조절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는 비트코인이 발행개수를 정하고 채굴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감기를 갖는 등의 노력으로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금본위제에서도 화폐는 국가가 독점해 운영했기 때문에 개인간 P2P 거래인 암호화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보인다.

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겨야 할까?: 암호화폐 투자자 중에서 과세에 민감하지 않은 이들은 없다. 그러나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무 행정의 기본을 지키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세금을 매기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세금을 매기려면 무엇보다 가상화폐를 단계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여놓는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이를 다루는 거래소나 환전소 송금 등에 관한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도 직결돼 있다. 이후에 거래세 혹은 양도세를 부과하는 단계를 거쳐야 정식 지불 수단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린다. 미국에서처럼 유가증권과 비슷한 지위를 줄 수도 있다.

미국은 2014년 비트코인에 과세한다고 밝혔다. 미 국세청(IRS)은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을 얻은 부분에 최대 20%의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투자로 손실을 봤다면 연간 3000달러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월급으로 비트코인을 받은 경우는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매기는 식으로 암호화폐가 무엇에 쓰이는지에 따라서 세목이 달라지도록 만든 과세 시스템이다. 미 국세청은 모든 비트코인 거래·보유 등을 매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탈세가 의심되는 경우 혹은 실사가 필요한 경우 관련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IRS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소송에서 IRS가 승리하면서 이 문제 또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법원은 IRS가 세금 부과를 위해 코인베이스에서 2만 달러 이상 비트코인을 거래한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소송에서 IRS의 손을 들어줬다. IRS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했지만 2015년 비트코인 투자 수익을 신고한 미국인은 802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시작된 소송이었다. 이 판례는 미국 내 거래소, 미국인이 거래한 세계 모든 거래소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 강화될까?: 국내에서도 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격과 관련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한 거래소 임원은 “지금 거래소 자본금을 20억원으로 늘리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자본금은 지난 가을 5억원대로 올린다는 안이 나왔지만, 이를 다시 20억원대로 올리겠다는 것. 보안을 강화하고, 자금세탁 방지나 개인정보보호 등 수준을 제도권 금융회사 수준으로 강화하자는 얘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지난 9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는 전제 조건은 규제다. 선물 거래는 CFTC의 승인을 받아야만 거래될 수 있으며, CFTC는 해당 거래소를 조사할 수 있다. CFTC 시장감시부의 가상화폐 담당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규제가 미치지 않은 곳을 찾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트코인의 철학과 상반되는 게 아마도 중앙정부의 규제일 것이다. 암호화폐는 개인 간 거래를 누가 보증해주지 않아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개인 간 거래지만 거래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원본 거래대장을 가지고 있는 개념이라든가 블록 생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문제는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탈중앙 탈규제를 위한 장치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로서의 비트코인 매매가 많은 사람의 관심사다. 그렇다면 해답은 제도권으로의 편입이다. 제도권 편입의 전제 조건은 당연하게도 중앙정부의 규제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주도하기 시작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에서 정부는 가상화폐가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며, 정부가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특정 조건을 갖추면 허가를 해줘 금융권으로 끌어들여 공신력을 부여할 계획이 없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심지어 거래소가 영업 자체를 유지하는 데도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이라고도 밝혔다. 12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서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가상통화 가격을 띄워 팔아 치우는 것을 ‘펌프 앤드 덤프’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인위적인 가격 조작은 관계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만큼 암호화폐 시장과 제도권 금융시장의 간극이 아직은 크다는 얘기다.

※ 블록체인: 한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을 속이기 힘들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 기술. 온라인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내용을 암호화된 블록에 담아 참가자 전원이 공유하고 수시로 이를 대조해 변조를 막는다. 이 블록이 자전거 체인처럼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 포크: 때가 되면 보안을 강화하고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윈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암호화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걸 암호화폐, 혹은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서는 ‘포크(fork)’라고 한다. 이전 버전과 호환이 되면 소프트포크, 호환이 되지 않는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하드포크라고 한다.

※ P2P: 영어 ‘Peer to Peer’의 약자다.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번역된다. 개인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직접 정보나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암호화폐의 근간이기도 하다.

※ 해싱: 하나의 문자열을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주소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값이나 키로 변환하는 것. 문자열을 찾을 때 문자 하나하나를 비교하며 찾는 것보다는 문자열에서 해시 키를 계산하고 그 키에 해당하는 장소에 문자열을 저장하면, 한 번의 해시 키 계산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해시값: 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같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지문’이라고 통칭된다.

※ 이더리움: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이라는 기능을 넣었다는 특징으로 비트코인 다음 가는 가치와 고유 생태계를 인정받는 암호화폐다. 스마트계약은 보험업 허가 없이 보험사를 차릴 수 있다거나, 계약 당사자 간 잔고에 잠금을 걸어 다른 용도로 인출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개인 간 제공할 수 있다.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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