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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정은 뿌리이자 법통"…'건국절' 논란에 쐐기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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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의 건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연화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청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연화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청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충칭(重慶) 연화지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나 “임시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이다. 대한민국의 법통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현직 최초로 임시정부 있던 '충칭' 방문 #"임정은 뿌리이자 법통…'건국절' 논란에 쐐기 확인" #한·중 정상회담에서 광복군 사령부터 복원 합의

문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2019년은 3ㆍ1 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국 100주년이 되도록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제대로 기념하고 기리지 못했다. 100주년 이 기간 동안 국내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후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후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건국절이 언제인지’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첨예하게 이견을 보여온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건국절은 1948년’이라고 기술했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광복절 직전인 8월 2일 발표한 혁신선언문에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자유민주 진영이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우고 지켜온 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좌파 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남한 정부,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1948년은 이승만 정부의 수립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적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적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도 “광복 시기에 가장 안타까웠던 일이 임시정부가 대표성을 갖고 귀국하지 못하고, (김구 선생 등이)개인 자격으로 중국(을 통해 귀국)했다는 점”이라며 “해방 정국에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우리로선 한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념사업 통해서라도, 임시정부 기념관을 통해서라도 법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전 임시정부 청사에 설치된 백범 김구 선생의 흉상에 헌화한 뒤 한동안 묵념을 이어갔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는 글을 남겼다. 또 전시실 2층에 마련된 김구 선생이 쓰던 ‘주석 판공실’에서는 김구 선생이 썼던 집기류와 작은 침대를 한동안 어루만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김구 선생이 사용하던 침대를 만져보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김구 선생이 사용하던 침대를 만져보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는 “충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있던 곳이고 광복군 총사령부가 있던 곳”이라며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 군대라고 할 수 있는 광복군이 국내 진공작전을 앞두고 일본이 항복을 하는 바람에 작전을 시행하지 못한 채 광복을 맞이했다. 김구 선생이 그 부분을 두고두고 통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복 70주년이 되는데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곳을 방문한다고 하니 대단히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말 여기 와서 보니 가슴이 멘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나라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2019년에 맞이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100주년의 정신을 제대로 살려내는 게 국격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시 주석도 협력의 뜻을 밝힌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각지에 흩어진 독립운동 사적지를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청사는 다행스럽게 충칭시의 지원 덕분에 그래도 잘 보존됐지만 광복군 총사령부는 복원되지 못했다. 정상회담을 하면서 그 부분을 지적하고 함께 협력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 이날 임시정부 청사 방문 뒤 가진 천민얼(陳敏爾)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충칭시 당서기와의 오찬에서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 사업 재개에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요청에 천 서기는 “충칭내 한국의 도립운동 사적지를 보호하기위해 연구하고 충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의 측근이자 중국의 ‘차세대 리더군’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시 유주빈관에서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환담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시 유주빈관에서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환담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992년 9월 중국을 처음 국빈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가 보존된 상하이를 방문했고,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도 상하이를 들렀다. 200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칭다오와 대지진이 발생했던 청두를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중국 문화유산의 보고인 시안을 방문했다.

충칭=강태화 기자 thka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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