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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엄마가 서로 다른 유언장을 두 개 썼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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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저는 삼 남매의 맏이입니다. 제 바로 밑에 남동생이 있고, 막내는 여동생입니다. 부모님은 금슬이 좋으셨는데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엄마도 지난달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저를 의지하셨어요. 엄마는 저와 살고 싶어하셨고, 돌아가신 후 저희 삼 남매가 재산을 나누더라도 제가 재산을 다 물려받은 뒤 처리하길 원하셨습니다. 

재산 증여. [중앙포토]

재산 증여. [중앙포토]

재산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엄마가 마지막까지 사셨던 아파트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지방에 있는 논과 밭 3필지가 전부입니다. 엄마는 아마 남동생이 엄마에게 아쉬운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이 탐탁지 않으셨나 봅니다. 엄마는 결국 전 재산을 제게 유증(유언으로 증여)한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서를 작성하셨어요. 제게 서랍에 놓인 편지봉투를 보여주시면서 잘 부탁한다고 이르셨죠.

배인구의 이상가족(31) #자필 유언장, 연월일·주소·성명 날인해야 유효 #유언 중복 시 내용 다를 경우 앞 유언은 철회 #유류분 침해 청구 가능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제가 동생들에게 엄마가 작성한 유언서를 보여줬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작성한 것은 재산을 내가 잘 나눠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며 적절히 나누자고 했죠.

그런데 남동생이 아파트는 자기 것이라며 저희에게 또 다른 유언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시댁 일로 지방에 며칠 다녀온 사이 남동생이 엄마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엄마는 남동생에게 아파트를 주기로 하셨답니다. 저에게 재산을 다 주겠다는 유언서 작성 후 다시 남동생에게 아파트를 주겠다고 작성하셨더군요. 저희는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건가요?

[제작 조민아]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먼저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민법 제1066조 제1항). 따라서 어머니께서 작성하신 유언서가 위 요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종종 유언자가 주소를 적지 않거나 날인을 하지 않아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후 2개의 유언서 중 어느 것이 효력이 있는지 살펴야겠죠.

민법 제1109조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작성하신 2개의 자필증서 유언이 모두 법이 정한 요건을 다 갖췄다면, 사례자께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한 부분 중 아파트에 관한 부분은 철회한 것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아파트는 남동생, 다른 재산은 사례자께 유증한 셈이죠.

유언장. 일러스트 강일구

유언장. 일러스트 강일구

다만 사례자의 여동생은 어떤 재산도 상속받지 못하게 되므로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겠군요. 또 아파트와 지방 소재 전답의 실제 가치가 많이 차이 나면, 사례자도 남동생에게 유류분 부족분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여동생의 의사와 사례자의 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동생이 아파트를 소유해도 되는지, 그로 인해 유류분이 침해되어도 용인할 수 있는지, 남동생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나머지 재산에서 여동생의 유류분만큼 분할하고 나머지를 사례자에게 분할해도 되겠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상속인들의 협의로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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