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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리포트] 한국 독자 사로잡은 미국 청년 백수의 발칙한 인생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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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6면

신경끄기의 기술

신경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갤리온

국내

지난 한 달 베스트셀러 순위는 『신경 끄기의 기술』 한 권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난달에는 10위권에 없었던 책이 한 달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말 교보문고 주간 순위 1위에 오른 뒤로 3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자기계발서다.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 인생 지침을 들려준다. 이런 경우 지은이는 명성 두터운 어르신이거나, 깨달음을 얻은 종교인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서른세 살 미국인 청년이다. 그것도 딱히 본받을 구석이 없는 인생의 소유자다. 학창 시절 마약 문제로 퇴학을 당한 문제아였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한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친구 집 소파를 전전한 백수였다. 그가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가 아마존에서 53주 연속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더니 한국 서점가마저 장악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책의 원제에 단서가 숨어 있다.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한국어판 제목이 원제를 잘 반영했지만, 주목해야 할 건 ‘Giving a F*ck’이라는 속어다. 욕설을 책 제목에 떡 하니 내걸었다. 이 발랄하고 솔직한, 어쩌면 발칙하고 무례한 화법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고상한 척 안 하고 직설화법으로 내지르니,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만 챙기라는 뻔하다면 뻔한 충고가 쏙쏙 들어온다.

이를테면 마크 맨슨은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94)를 ‘한평생 생겨 먹은 대로 살았다’고 소개한다. 예의 바른 한국 문화계에선 상상도 못할 표현이다. 원서의 미묘한 어감을 느끼려면 영어로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10위에 오른 『오리진』 1권도 눈여겨보시길. 앞으로 자주 만날 책이다. 댄 브라운의 신작으로 이른바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국내 베스트셀러(11월 15일∼12월 12일·교보문고 집계) 

① 신경 끄기의 기술
② 언어의 온도(이기주 지음, 말글터)
③ 트렌트 코리아 2018(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④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
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박준 지음, 난다)
⑥ 말의 품격(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⑦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조유미 지음, 허밍버드)
⑧ 엄마의 자존감 공부(김미경 지음, 21세기북스)
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⑩ 오리진 1(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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