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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KTX 타고 다녀오는 강릉 미식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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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최고 시속 250㎞ 고속열차가 동서를 횡단하는 덕에 2시간 이내에 강릉을 갈 수 있게 됐다. 겨울을 맞아 살과 알이 그득 찬 해산물들이 많다. 바다 먹거리가 푸진 계절이어서 뭍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과감히 포기하자.

일일오끼④ 강원도 강릉

12:00 물망치, 인상 험악한데 탕은 진국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선탕을 파는 식당이 있다. 물망치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한성먹거리식당’. 아귀의 사촌쯤 되는 이 생선의 학명은 고무꺽정이로 강릉·동해·삼척 앞바다, 수심 30~50m에 사는 심해어다. 촌스러운 이름, 험악한 인상과는 달리 맛은 좋다.

매운탕 소 (1만5000원)는 두 명이 먹기엔 아주 넉넉한 양이다. 육질은 아귀보다 훨씬 쫄깃하며, 칼칼하고 진득한 국물 맛이 좋다.

독특한 가자미회도 필수!
이 식당은 독특한 가자미회(소 2만원)도 파는데, 얼린 물가자미를 뼈째 썰어 초고추장에 버무린 채소와 함께 먹는다. 가자미가 살짝 녹으면서 매콤한 채소와 어우러진 맛이 독특하다.

14:00 안목해변 피해 찾아간 카페

서울의 여느 카페 골목과 닮아버린 안목해변에서 예전같은 운치를 느끼긴 어렵다. 강릉에서 조금 한가하면서도 커피 맛도 좋은 카페를 찾는다면, 사천해변에 위치한 ‘쉘리스 커피’를 추천한다.

목 좋은 해변에 고풍스러운 2층 건물이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목(古木)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곳곳에 전시된 골동품 덕분에 유럽의 오래된 카페에 들어선 것 같다.

쉘리스 커피는 다양한 드립커피를 판매하는데, 수제 쿠키와 케이크, 초콜릿과 궁합이 좋다. 아늑하고 한갓진 카페 창가에 앉아 짙푸른 바다를 보며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셔보는 건 어떨까?
* 쿠바 크리스탈마운틴 드립 커피(8000원)

18:00 제철 해산물이 먹고 싶다면?

다른 횟집에선 보기 드문 음식을 파는 주문진항구회센터. 홍인표(46) 사장에게 제철 해산물을 추천받아 먹는 게 좋다. 가격에 맞춰 그날 아침 어시장에서 떼온 신선한 해산물을 내준다. 또한, 요즘 방어가 많이 잡히는 철인데 거의 끝물이니 신선한 방어를 먹고 싶다면 서두르자.

또 다른 별미 ‘도치 두루치기’
사실 이 식당에서 생선회보다 더 인상적인 음식은 따로 있다. 먼저 도치 두루치기(1만5000원). 보통 도치는 알탕으로 많이 먹지만 김치와 함께 자작하게 끓여 먹는 두루치기는 또 다른 별미이다.

바람이 선물한 맛
‘진짜 귀한 음식’은 강릉 제사상에 오르는 복찜이다. 신선한 복어를 해체해 2~10일 바닷바람에 말린 뒤 쪄먹는다고 한다. 아무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강렬한데 홍 사장은 “바람이 만든 맛”이라고 말했다. 복어찜 가격은 시세에 좌우되는데 보통 2~3마리가 3만원 선이다.

다음날 8:00 서민 보양식 우럭미역국

우럭미역국을 잘한다는 옛태광식당은 경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다. 손님 대부분이 미역국을 먹는데,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보다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많다. 우럭미역국(8000원)을 주문하면 여섯 가지 반찬과 국이 나오는데, 미역국의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소고기미역국과는 결이 다르다.

원송죽(71) 사장은 강문해변에서 30년째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에서 대량으로 국을 사갈 정도로 우럭미역국은 산모에게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태광식당은 반찬도 깔끔하다. 동해안 횟집에는 반찬을 사다 쓰는 집이 많지만, 이 집은 손수 만든 반찬을 낸다. 1년 이상 숙성한 젓갈로 담근 김치와 강릉 토속음식인 삭힌 오징어젓갈이 특히 맛있다.

12:00 시장 구경하고 장치찜 먹고

주문진항 주변에는 큰 시장이 여럿 있다. 주차장 앞 건어물시장과 회센터뿐 아니라 난전과 종합시장까지 모여 있다. 강릉외식저널 황영철 대표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회를 먹거나 생선을 사 가려면 난전을 추천한다”며 “시장 뒤편 골목에 잘 알려지지 않은 허름한 맛집도 많다”고 설명했다.

어시장엔 입구부터 겨울 강릉 바다의 주인공이 널려 있다. 배가 터질 듯 알을 품은 도루묵 암놈이 1만원에 10~15마리 정도이다. 석쇠에 구운 도루묵을 파는 집도 있는데, 보통 강원도에서는 도로묵구이를 가장 많이 먹는다. 겨울철 강릉 앞바다에서 까치복, 밀복 등이 많이 잡혀, 시장에는 복어도 많다.

장치는 표준어로는 벌레문치라 부르는데 도치·망치(고무꺽정이) 못지않게 외모가 비호감형이다. 황 대표는 “1년 내내 잡히지만 찬바람에 말려 먹는 겨울이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활어회센터 뒷골목에 위치한 삼미식당. 장치찜(1인 1만1000원)을 시키면 해풍에 살짝 말린 장치를 매콤하게 조려서 내준다. 명태 코다리와 비슷하면서도 살집이 두툼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강릉 전통음식인 햇데기밥식해 역시 맛있다.

◇여행정보

KTX 경강선 탑승 시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시간54분 소요된다. 올림픽 기간(2018년 2월9~25일)에는 인천공항·서울·청량리·상봉역에서 강릉까지 가는 기차를 하루 51편 운항한다. 서울역 출발 기준 어른 2만7600원. 강릉역에서 내린 뒤 경포해수욕장, 주문진 등 강릉 주요명소를 가려면 버스·택시를 타거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된다. 코레일측은 "열차 개통 시점에 맞춰 현대카드와 함께 운영하는 KTX딜카 외에도 그린카·쏘카 등이 강릉역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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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최승표 기자
제작 =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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