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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 10명 중 6명 "'문케어' 방향 OK, 건보료 인상은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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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로 붐비는 한 종합병원 외래 진료 창구. 지난 8월 발표된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국민들은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본인 부담 증가에는 소극적이었다. [연합뉴스]

환자들로 붐비는 한 종합병원 외래 진료 창구. 지난 8월 발표된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국민들은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본인 부담 증가에는 소극적이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케어' 방향엔 OK, 건강보험료 부담은 NO? 국민 10명 중 6명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찬성하지만, 건보료는 추가로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지난 8~9월 전국 20~69세 건보 가입자ㆍ피부양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의료 행위에 건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뤄진 조사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전국 2000명 조사 결과 공개 #희망 건보 보장률 75.9%…정부 목표 70%를 넘어 #"보장성 강화 좋지만 보험료 추가 부담 반대" 59.5% #연 3% 인상 정부 기조와 달라…"사회적 합의 필요" #더 내면 월 7490원 부담 의향…"국가 지원 늘려야" #문케어 세부 정책 중에선 '국가치매책임제' 지지 ↑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가 희망하는 건보 보장률은 평균 75.9%였다. 의료비로 100원이 나왔다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24.1원이라는 의미다. 건보 보장 수준이 63.4%인 현재보다 올라야 한다고 보는 국민이 대다수다. 또한 정부가 향후 5년간 31조원을 투입해서 달성하겠다는 70% 목표보다 더 높은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국민은 건보에서 의료비를 100% 챙겨주는 것보다 '적절히' 보장하는 게 좋다고 봤다. '70~80%'를 희망한다는 비율이 39.3%로 가장 높은 게 이를 보여준다. 전부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무절제한 의료 이용으로 보험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38%)는 우려가 가장 컸다. 현재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도 12.8%였다.

  연구원은 "국민이 원하는 보장률을 정할 때 소요 재정 증가와 추가 보험료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응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희망 보장률 73.5%도 건보 가입자 1인당 월평균 1만2500원 정도를 더 내야 달성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 대부분은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에 관심이 컸다. [중앙포토]

국민 대부분은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에 관심이 컸다. [중앙포토]

  '돈' 문제를 신경 쓰는 경향은 보장성 확대에 따른 추가 부담 의사에서도 이어졌다. '문케어'대로 건보 보장성이 확대되는 건 좋지만 건보료를 더 내는 건 반대라는 비율이 59.5%로 가장 많았다. 반면 건보 보장 확대 시 건보료를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응답자는 4명 중 1명(25.1%)에 그쳤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은 15.4%였다.

  이는 향후 5년간 3% 안팎의 건보료 인상으로 문케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것이다. 연구원은 "국민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높은 요구에 비해 보험료 부담에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적절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은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보료 인상뿐 아니라 국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높았다. [중앙포토]

국민은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보료 인상뿐 아니라 국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높았다. [중앙포토]

  찬·반을 떠나 문케어 시행으로 재원이 더 필요하다면 국민은 얼마나 낼 수 있을까. 보장성 강화에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건보료 액수는 월평균 7490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4560원)보다 3000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건보료를 제외한 재원 조달 방안 중 국민이 1순위로 꼽은 건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34.2%)였다. 의료보장세 신설 등 조세 부담 확대(21.8%), 담배 등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 인상(16.8%)은 그다음이었다. 본인이 '세금'이나 '부담금'을 더 내기 전에 정부에서 먼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건강보험 지원 규모는 5조2001억원으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9.8% 수준이다.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법정 기준(14%)에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2200억원이 줄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선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유감을 표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 미래는...

문재인 케어 세부 정책별 지지도. 국민은 치매국가책임제의 방향성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료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문재인 케어 세부 정책별 지지도. 국민은 치매국가책임제의 방향성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료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한편 문케어 정책의 세부 내용을 묻자 노인 틀니ㆍ임플란트 지원(70.2%), 치매국가책임제(67%), MRIㆍ초음파 건보 적용(62%)을 안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비 인하는 10명 중 4명(39.1%)만 알고 있어 인지도가 가장 낮았다. 정책의 적절성에선 치매국가책임제가 100점 만점에 83.7점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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