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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이일규 추념식’비판글에 김명수 대법원장 판사 아들 ‘반박글’ 올려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이 1일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을 연 데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공개적으로 비판 글을 올리자 현직 판사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아들이 반박 댓글을 달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뒤는 대법관들.2017.12.08 김상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뒤는 대법관들.2017.12.08 김상선

1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날 허용구 대구지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7기)는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 개최는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 전 대법원장의 서세(逝世) 10주기 추념식에서 구속적부심의 의의와 재판 독립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허 부장 판사는 일부 언론 보도에서 ‘이일규 전 대법원장이 1975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관련자 8명에게 사형 확정판결을 할 때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냈던 판사’라는 점을 언급한 일을 문제 삼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전국민주청년 학생연맹 배후에서 정부 전복 등을 기도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에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그는 “인혁당 사건은 최악의 ‘사법살인’이라 불릴 만큼 피해자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사건”이라며 “사법부로서는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를 법관의 치적이나 법원의 홍보 용도로 거론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념식을 정부에서 거행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라며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전직 대법원장의 추념식을 연 일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정권에서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을 추도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아들 김한철 전주지법 판사(31·42기)는 허 부장판사의 글에 긴 반박 댓글을 달았다.

김 판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유일한 소수의견이 이일규 대법원 판사였다는 점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판사 이일규의 생애에 관해 좀 더 찾아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급으로 매도할 정도의 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다”라고 적었다.

이어 김 판사는 “아마도 법원에서 2007년에 최초로 법원장으로 장례식을 진행하기도 하였기에 대법원에서 추념식을 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두운 시대를 판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구속적부심, 구속영장 심사, 사법행정권 등 각종 사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요즘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판사끼리 서로 존중하며 논쟁하는 것은 법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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