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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핫이슈] “북핵·미사일 도발, 한·미 군사훈련 동시에 중단하자!”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쪽)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를 보며 말하는 모습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29일 발사된 화성-15형은 뭉툭한 탄두부를 가진 신형 미사일이다. 9축의 TEL도 새 모델이다. [사진: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쪽)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를 보며 말하는 모습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29일 발사된 화성-15형은 뭉툭한 탄두부를 가진 신형 미사일이다. 9축의 TEL도 새 모델이다. [사진: 중앙포토]

디데이(D-day). 오늘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은 세 번째다. 경색되다 못해 격랑의 한 해를 보낸 한·중 관계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3불(不)입장’을 꺼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후 리커창 총리도 면담할 예정이다. 한국행 단체 관광도 일부 허용하는 등 중국 정부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인 한·중 협력을 논하는 동시에 경제협력 등 실리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아닌 개별발표 결정 #사드 문제말고도 ‘쌍중단’ 이슈까지 불거져 #북핵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 요구 #문 대통령 거래대상 될 수 없음 분명히 밝혀 #하지만 한국 내 정치권 쌍중단 문제로 파열음 #이해찬 의원 “쌍중단, 韓·中 같은 입장” 파문 #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른바 ‘3불(不) 입장’(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한미일군사협력 부정) 논란과 관련, "정부가 누누이 밝혀왔던 입장으로 우리 국익과 안보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포토]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른바 ‘3불(不) 입장’(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한미일군사협력 부정) 논란과 관련, "정부가 누누이 밝혀왔던 입장으로 우리 국익과 안보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포토]

하지만 정상회담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양국이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 아닌 개별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사전 조율에 실패한 탓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사드 매듭 풀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발표하는 형식보다 회담 내용이 중요하다”며 미봉한다.

암초는 또 있다. 바로 쌍중단(雙中斷) 이슈다.

쌍중단(freeze for freeze·雙中斷)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으로 중국이 주장해온 북핵 문제 해법이다.  

문 대통령 방중 때 중국 측이 꺼낼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달 9일 싱가포르 방송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더불어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이 대북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이른바 ‘중국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중국 측도 물러설 리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군사훈련도 함께 중단해야 한다는 ‘쌍중단’ 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엔 쌍중단 해법을 두고 미국 대통령과 중국 외교부가 정면충돌한 바 있다.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과거 지속해서 실패했던 것과 같은 이른바 '쌍중단'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쌍중단 입장은 일관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쌍중단은 북핵 문제 해법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대화를 통해서만 각국의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1일엔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은 “북한과 미국이 중국의 쌍중단을 고려하고, 대화·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유도해야 한다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대사의 발언에 지지한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 [출처: VOA]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 [출처: VOA]

미·중 기 싸움이 거칠어진 탓에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한국 정부는 쌍중단 논란과 별개로 지난달 6일에 이어 11일부터 두 번째 대북 독자제재에 들어갔다. 정부가 발표한 32개 북한 개인·단체와 정부의 허가 없이 대한민국 개인 또는 법인이 금융거래하다 걸리면 제재를 받게 된다. 물론 대상 기업은 653곳에 달하지만 사실상 이번 조치로 제재를 받을 곳은 없다.

그래도 쌍중단 해법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불편한 일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분핵 문제를 두고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만 공감하고 있을 뿐, 전방위적인 제재나 압박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한미 연합훈련도 거래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쪽)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를 보며 말하는 모습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29일 발사된 화성-15형은 뭉툭한 탄두부를 가진 신형 미사일이다. 9축의 TEL도 새 모델이다. [사진: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쪽)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를 보며 말하는 모습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29일 발사된 화성-15형은 뭉툭한 탄두부를 가진 신형 미사일이다. 9축의 TEL도 새 모델이다. [사진: 중앙포토]

이 때문인지 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엇박자를 내는 듯하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중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성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14일 청와대 측은 “중국 측이 여러 현안을 두고 우리와 다른 입장을 표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거론돼야 하는 공동성명에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쌍중단 해법을 두고 한국 정치권에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였던 이해찬(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입장이 똑같다”며 “‘쌍중단(雙中斷)’에서 입장이 같고 ‘쌍궤병행(雙軌竝行)’도 같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면 앞서 본 ‘쌍중단이 쌍방 조건은 등가성이 설립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변했다는 의미다.

지난 7일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중앙포토]

지난 7일 김대중평화학술회의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중앙포토]

사실일까. 당국자들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한 바 없다”며 “(쌍중단에 대해) 논의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중국 속담을 자주 인용하며, 한·중 갈등을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그보다 훨씬 깊어 보인다. 중국 당국의 유화적인 제스처도 일부 분야에 국한된 해빙 징후였는지도 모른다. 한·중 관계는 쌍중단이란 암초로 다시금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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