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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패딩으로 올 겨울 따뜻한 패션업계, 내년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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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롱 패딩으로 올해 대박을 낸 패션·아웃도어 업계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메가(Mega) 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른 롱 패딩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롱 패딩 열풍을 이을 내년 가을·겨울(F·W) ‘히트 아이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1년 뒤 ‘빅히트 아이템’ 찾기 고심 #삼성연구소 “롱 패딩 인기 지속” #성인 겨냥 다양한 컬러·소재 적용 #코트, 누에고치형 둥근 스타일 등 #디테일 바꾼 패딩으로 진화할 듯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패션업계, 특히 아웃도어 업계는 올해 롱 패딩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평창 롱 패딩을 만든 신성통상 뿐 아니라 아웃도어 업계 전반이 롱 패딩 덕을 누렸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경우 올해 총 60만장의 다운 재킷을 제작했는데, 이중 절반인 30만장을 롱 패딩으로 채웠다. 롯데백화점이 기획·판매한 ‘평창 롱 패딩’이 3만장인 것이 비하면 10배 많은 물량이다. 판매율은 패션업계에선 ‘완판’으로 치는 80%에 육박한다. 또 비슷한 물량의 다운을 공급한 K2·아이더·네파·블랙야크 등의 롱 패딩 비중이 20% 선인 점을 고려하면 50%에 달하는 롱 패딩 제작 비중은 도박에 가까웠다는 업계 평가가 많았다. 트렌드를 적중시킨 디스커버리는 지난 11월 930억원이라는 깜짝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으며,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5억원에 육박해 아웃도어는 물론 스포츠·캐주얼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스포츠브랜드 뉴발란스도 롱 패딩 인기에 힘입어 11월에만 710억원어치를 팔았으며, 휠라코리아도 지난해보다 롱 패딩 매출이 930% 증가했다.

롱 패딩 유행을 미리 내다보고 대량 제작한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이종훈 에프엔에프 상무는 “올해 롱 패딩의 인기를 방한 기능이 뛰어나다거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 아이돌 따라 하기 등으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며 “지난 수년간 인기가 이어진 라이프스타일 의류가 스포츠 패션 시장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수년 전엔 평상시에 입어도 무난한 아웃도어 등산복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여행 갈 때, 또는 가벼운 운동을 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평상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디스커버리는 해외여행의 폭발적인 증가, 욜로(YOLO) 등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성 트렌드를 디자인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출국자는 2600만명으로 예상돼 5년 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이 상무는 “헤비다운, 사파리형 다운 등 다른 다운재킷이 있으면서도 롱 패딩을 또 구매하는 성향은 기능보다는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이후 두꺼운 다운 의류 판매는 내리막에 들어선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는 사실상 시즌이 종료된다. 지금부터 내년 F·W 시즌을 겨냥한 제품 주문에 들어가는 때다. 업계에선 다양한 디자인의 롱 패딩이 출현한다면 앞으로 1~2년은 롱 패딩의 인기가 더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내년 신제품 제작에 분주하다. ‘롱 패딩 변형 상품’으로 롱 패딩 유행을 잇겠다는 것이다.

최영진 삼성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년에도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 패딩·롱코트 인기는 지속할 것”이라며 “롱 아우터의 보온성과 편리성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이 매력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보다 흥행의 강도는 덜 하겠지만, 코트 스타일의 패딩, 코쿤 스타일(누에고치 형태의 둥근 실루엣) 패딩 등으로 분화한다면 생명력이 있을 것”이라며 “길이와 디테일에 변화를 준 다양한 디자인의 패딩이 내년 F·W에도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정형화된 드레스 코드보다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패션도 일상 속 편리성을 중시한 ‘케어프리(Care-free)’ 스타일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에슬레저(athleisure, 가벼운 스포츠)의류와 ‘슬라운지웨어(평상복과 가벼운 운동을 겸한 복장)’도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파 이선효 대표는 “롱 패딩의 인기는 내년엔 중고생에서 성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며 “성인 제품의 경우 좀 더 고급스러운 퍼(Fur) 등을 추가하는 등 품질 향상과 함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양엽 K2 의류기획팀장은 “코트형 스타일 패딩, 차별화된 컬러,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롱 패딩 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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