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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사고 발생시간 네번째 바꾼 해경...두 배 쌍방과실로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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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흥도 낚싯배 선창1호(9.77t)와 급유선 명진15호(336t)의 충돌사고 원인은 쌍방과실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났다. 양쪽 모두 충돌을 피하기 위한 침로(針路) 및 속력 변경 등 회피 동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경, 12일 영흥도 낚싯배 최종수사결과 발표 #사고발생 '6시12분'부터 '6시2분'까지 네번 바꿔 #원인, "두 선박 모두 전방주시 태만" 쌍방과실 #생존자 "300m 옆에 선박"...낚싯배 1분이 '의문' #한 유족 "남편 숨소리 느낄 수 있게 영상 달라"

다만 해경 발표 과정에서 양 선박의 충돌시간이 당초 세 차례 변경됐다 확정된 6시5분에서 또다시 2분여 앞당겨 져 해경의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게 됐다.

인천해경은 12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인천해경 신용희 수사과장이 영흥도 낚싯배 최종수사결과를 발표 중 충돌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인천해경 신용희 수사과장이 영흥도 낚싯배 최종수사결과를 발표 중 충돌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수사결과발표에 따르면 두 선박은 지난 3일 오전 6시2분20초~6시2분45초 사이에 영흥대교 남쪽 1.25km 해상에서 충돌했다. 명진15호의 선수가 선창1호의 선미 쪽 좌현을 들이받았다.

선창1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오전 6시2분20초 이후 신호가 소실됐고, 명진15호는 오전 6시2분45초부터 12.3~12.5노트에서 11.1노트 이하로 속력이 감소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로 앞서 해경이 충돌시간과 또 차이가 생겼다.
해경은 사고 당일인 3일 사고 발생시간을 ‘오전 6시12분’으로 밝혔다가 오후에 ‘오전 6시9분’으로 바꿨다. 사고 둘째 날 오후 슬그머니 ‘오전 6시5분’으로 재변경했다. 충돌시간 변경만 네 번째다. 이에 따라 당초 사고 해상 도착시각도 33분 만에서 37분으로, 다시 40분으로 늘어나게 됐다. 낚싯배 출항시간은 당초 6시로 알려졌지만 5시56분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인천해경 신용희 수사과장이 영흥도 낚싯배 최종수사결과를 발표 중 충돌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인천해경 신용희 수사과장이 영흥도 낚싯배 최종수사결과를 발표 중 충돌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인천해경 신용희 수사과장은 “사고 조사 외에 해경의 출동과 구조 등의 과정은 현재 내부 감사가 시작된 만큼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감사 후 발표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두 선박 모두 최소 300여m를 사이에 두고 서로 육안 확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낚싯배에 탔다 생존한 이들은 해경 조사에서 “충돌 전 200~300m 후방에 있는 급유선을 보고 ‘실장님(당시 여자 선원), 실장님, 이것 보세요’라고 말한 뒤 부딪혔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계산할 경우 낚싯배에도 1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1노트는 60분 동안 1마일(1.6km)을 간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할 때, 200~300m 정도 떨어져 있던 낚싯배는 충돌하기까지 1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승객들의 외침에도 ‘낚싯배는 왜 1분 동안 속도를 줄이는 등의 충돌예방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급유선 선장 전모(37)씨는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를 봤지만 (낚싯배가)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해사안전법(제66조)에 따르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으로 침로와 속도변경, 무전통신, 경적울리기 등의 의무를 다하도록 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계속 배가 움직일 경우 충돌이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서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낚싯배와 급유선 충돌 부위. [사진 인천해경]

낚싯배와 급유선 충돌 부위. [사진 인천해경]

해경은 두 선박의 선장들이 모두 조타실에 있었다고 확인했다. 급유선은 충돌 직후 낚싯배 승객을 구조하고 119등에 신고했다. 두 선박의 증·개축과 선장들의 음주 여부 및 항해자격증 등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인천해경은 급유선 선장 전씨와 사고 당시 자리를 비운 갑판원 김모(46)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 또 낚싯배 선장 이모(70)씨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씨가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이날 수사결과 발표장에는 낚싯배 사고로 숨진 유가족 10명이 참석했다. 한 유가족은 “남편의 마지막 숨소리라도 들어보고 싶어 해경에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4월 급유선이 충돌사고가 있었다는데 1년 새 두 번 사고면 상습 아닌가. 당시 해경에서 제대로 조치했다면 이번 사고는 안 일어났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해경 관계자는 “검토 후 유가족분들께는 (관련 영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숙한 대처가 있었다는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m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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