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와 럭셔리를 표방하는 차량의 광고에서 최근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을 꿰차고 있다. (왼쪽부터) 아우디 A8, BMW M3, 메르세데스 벤츠 C300 4Matic, 포르쉐 카이엔 터보 광고. [사진 각 제조사]
최근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수퍼 대디(Super Daddy, 회사 업무뿐 아니라 가사와 자녀 교육에도 적극적인 아버지를 일컫는 신조어)'가 화제다. 이같은 양상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그룹 등 독일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 광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성능·럭셔리 등으로 점철되는 차종들의 광고에서 '부자(富者)'가 아닌 부자(父子)'가 주인공을 꿰차게 된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아들 주연, 아빠 조연'의 광고다.
포르쉐 카이엔 광고. [사진 포르쉐 공식 유튜브 캡처]
미국의 한 주택가 마당. 남녀 학생이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다. 이 때, 남학생의 아버지가 귀가를 하고, 이 학생은 막 도착한 아버지에게 "친구를 집에 태워다 주자"고 한다. 여학생은 의아한 표정이다.
'왜 차에 태우는 거지?' 의아해하는 여학생의 표정은 이내 즐거움으로 바뀌고, 설레는 마음으로 남학생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운전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룸미러를 통해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내 여학생이 의아해 한 이유가 밝혀진다. 둘은 바로 옆집의 이웃이었던 것.
포르쉐 카이엔 광고. [사진 포르쉐 공식 유튜브 캡처]
폭스바겐 그룹의 포르쉐가 만든 SUV 카이엔의 광고 <이웃(Neighbor)>이다. 광고 속 '아빠 차'는 그 중에서도 스포츠카 뺨치는 고성능을 자랑하는 '카이엔 터보'다. 과거 다이내믹한 배기음과 주행성능을 뽐내던 광고와 달리 '수퍼 대디'를 꿈꾸는 평범한 아빠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겨울을 맞은 시즈널(Seasonal) 광고로 부자 관계를 활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4Matic 광고.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유튜브 캡처]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밤, 어린 아들이 "아빠, 준비됐어요"라며 자신을 데이트 장소까지 태워달라고 말한다. 밖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너 밖은 본거니?"라고 되묻지만, 애틋한 마음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아들을 데려다주라며 힘을 보탠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4Matic 광고.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유튜브 캡처]
쉴새없이 내리는 눈에 제설작업도 되지 않은 위험한 길이지만 '통제된 도로에서 프로 드라이버가 운전한 장면'이라는 자막과 함께 이들 부자는 눈보라를 뚫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도로엔 이들이 탄 자동차 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도착한 아들은 매점 앞과 상영관 안을 오가며 여자친구를 찾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꼭 올거예요"라고 호언했던 아들은 풀이 죽어 차로 돌아가고, 그런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아버지는 뒤따른다. 하지만 이내, 눈보라를 뚫고 여자친구네의 자동차가 나타난다. 텅빈 영화관 주차장에 도착한 유일한 차량 2대는 모두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4Matic 광고.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유튜브 캡처]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사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4 Matic)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 <스노우 데이트(Snow Date)>다. 스토리 상의 주인공은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지만, 이들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진짜 주인공'은 눈보라를 뚫고 이들을 데려다준 '아빠, 그리고 '아빠 차'다.
앞서 언급한 포르쉐 광고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적인 데이트를 돕는 조력자다.
아우디 A8 광고. [사진 아우디 공식 유튜브 캡처]
이밖에도, 아우디 역시 기함인 A8의 첨단 정속주행기능을 홍보하는 광고에서 부자 관계를 내세웠다. 기능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CG(컴퓨터 그래픽)나 소위 '하이테크놀로지'를 표방하는 요소는 하나도 없다. 어린 아들과 함께 스파이더맨 인형을 들고 놀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해당 기능을 표현한 것이다.
아우디 A8 광고. [사진 아우디 공식 유튜브 캡처]
그렇다고 모든 아버지가 '조력자' 또는 '배려남'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다정다감한 따뜻함이 아닌 '누가 아들이고, 누가 아빠인지 모를' 개구쟁이로 묘사되는 광고도 등장했다.
수업 종료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한 초등학교 앞, BMW의 고성능 세단 M3가 세워져 있다. 아버지가 수업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BMW M3 광고. [사진 BMW 공식 유튜브 캡처]
반가운 마음에 아들은 뒷좌석 문을 열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굉음과 함께 앞으로 움직인다. 한숨을 쉬는 아들을 향해 아버지는 눈썹을 움직이며 개구쟁이처럼 웃음을 짓는다. 문을 열려고 할 때마다 앞뒤로 움직이며 아들을 놀리는 아버지. 그러고는 "너무 철없는(Too immature)"라는 광고 문구가 나온다.
BMW M3 광고. [사진 BMW 공식 유튜브 캡처]
이같은 광고를 놓고, 광고 속 주인공은 부자(父子)지만 결국엔 어머니를 노린 광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우자 몰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드림카지만 이같은 광고를 통해 배우자에게 "나도 이런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다" 또는 "아들과 이렇게 장난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라며 자연스럽게 구매 '허락'을 유도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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