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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 발길 끊긴 동네 다시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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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도시를 바꾸는 사람들

춘천의 청년 문화활동가들. 조한솔·홍근원·김윤환·이경하·오석조(왼쪽부터)씨가 버려진 여관을 개조해 만든 봄엔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올랐다.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역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춘천의 청년 문화활동가들. 조한솔·홍근원·김윤환·이경하·오석조(왼쪽부터)씨가 버려진 여관을 개조해 만든 봄엔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올랐다.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역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 재생이 세계적 트렌드로 뜨고 있다. 낡고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매력적인 삶의 터전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문화를 매개로 하면서 지역 경제까지 살려낸다. 이같은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 특히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다. 그래야 도시재생이 단지 공간 개조에 그치지 않고 삶의 공동체를 재건하는 일로 확장될 수 있다. 문화와 함께 도시를 다시 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춘천 구도심 활성화 나선 청년들 #버려진 여관을 게스트하우스로 #전통시장 창고는 일본라멘집 변신

강원도 춘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근화동에 자리잡은 ‘봄엔게스트하우스’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옛 춘천시외터미널 바로 옆에서 한 때 성업을 누렸던 여관 ‘비선여인숙’이 모태다. 2002년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여관 문도 닫았고 그 뒤 10여 년을 폐가로 방치됐다. 2014년 ‘동네방네협동조합’이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0만원에 임대해 젊은 감각의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킬 때까지다.

조한솔(31) 동네방네협동조합 대표는 서울 출신이지만 대학(한림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 춘천 사람이 됐다. 2012년 예비 사회적 기업 ‘동네방네’를 만들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춘천의 구도심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구도심 투어를 진행했지만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엔 미흡했다. 좀 더 지역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상권이 무너진 여관촌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30여 개의 여관·모텔이 모여있는 근화동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곳은 20곳이 채 안 됐다. 여관 주인들을 만나 예약 시스템 등을 갖춘 현대식 숙박시설로 바꿔보자고 권했지만 모두 “그래 봐야 소용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동네방네가 직접 ‘실험’에 나서게 된 이유다. 그즈음 동네방네는 협동조합으로 전환 설립 절차도 밟았다. 조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춘천 청년들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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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방치됐던 여관이 젊은 감각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과정. 철거·목공 작업 등은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했다. [사진 동네방네협동조합]

10여년간 방치됐던 여관이 젊은 감각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과정. 철거·목공 작업 등은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했다. [사진 동네방네협동조합]

10여년간 방치됐던 여관이 젊은 감각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과정. 철거·목공 작업 등은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했다. [사진 동네방네협동조합]

10여년간 방치됐던 여관이 젊은 감각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과정. 철거·목공 작업 등은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했다. [사진 동네방네협동조합]

2014년 6월 문을 연 봄엔게스트하우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해 이용객 수가 5000명에 육박하고 연간 7000만~8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조씨는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동네에 다시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인근 여관 주인들이 게스트하우스 구경을 오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씨는 춘천의 청년활동가들 중 맏형 격이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의 직원으로 활동하는 김윤환(28)·이경하(27)씨뿐 아니라, 동네방네의 여행·교육·축제기획 등의 사업을 하면서 만난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춘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 죽림동 중앙시장 2층에서 일본 라멘집 ‘궁금한이층집’을 운영하는 홍근원(29)씨도 그런 경우다. 홍씨는 “원래 상가 창고였던 공간이다. 식당 손님 중 시장 외부인이 9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춘천 토박이인 오석조(30)씨는 지난해 또다른 협동조합 ‘문화인력양성소 판’을 만들어 ‘무한청춘 페스티벌’ ‘춘천마임축제’ 등의 문화행사 기획과 문화예술 전문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씨에게 꿈을 물었다. “같이 놀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이 하나둘 서울로 떠나는 게 싫더라고요. 춘천의 문화예술인 중 30~40대를 찾기 어려워요. 저희같은 활동가들이 많아져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복원됐으면 합니다.”

춘천=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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