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제학 ① 신규 종목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4개 신규종목이 첫 선을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와 컬링 믹스더블(남녀 혼성), 그리고 스노보드 빅에어, 알파인스키 팀 이벤트(혼성 단체전) 등이다. 이 4개 종목에는 금메달 6개가 걸려있다. 2012년 소치올림픽 정식종목이던 스노보드 남녀 평행회전은 제외됐지만 4개가 늘어나면서 금메달 수는 총 102개가 됐다.
빅에어 등 익스트림 스포츠 채택 #지구촌 청춘들 축제로 거듭나기 #믹스더블 컬링 등 여성 쿼터 늘려 #남녀 비율 50대50 양성평등 추구 #스피드·쇼트트랙 합친 매스스타트 #이종간 교배로 새로운 가치 창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5년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10개 신규종목(19개 세부종목)을 추천했고, 그해 6월 IOC가 재정영향평가 등을 거쳐 최종결정했다. 평창올림픽에 첫 선을 보이는 신규종목에는 IOC가 추구하는 올림픽 운동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IOC가 신규종목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유스 어필(youth appeal)’이다. IOC는 올림픽에 관심이 덜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신규종목으로 채택된 스노보드 빅에어는 스피드와 스릴을 만끽하며 여러가지 묘기를 펼치는 신종 모험 레포츠인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X게임)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는 “빅에어는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10~20대 젊은 층이 열광하는 틴에이저 종목이다. 디지털 콘텐트로 구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스포츠이기도 하다”며 “IOC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올림픽 신규종목의 경우 기존 종목에 비해 10% 이상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상한 전통 종목 대신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해 미디어 소비층을 늘리려는 IOC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OC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스키 하프파이프, 스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스노보드 평행회전 등을 신규 종목으로 추가했다. 당시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IOC는 더 젊고(younger), 더 세련되고(hipper), 더 멋지고(edgier), 더욱 힘이 넘치는(more robust) 겨울 올림픽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인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보드 등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신규종목은 올림픽 상업화와도 관련이 있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에 따르면 미국내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자의 대다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시청률도 대회 때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김도균 교수는 “특히 겨울올림픽은 여름올림픽에 비해 티켓판매가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겨울올림픽은 미디어 중심의 대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는데 올림픽에서도 미디어에 통할 수 있는 종목이 살아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IOC는 지난 2014년 12월 127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운동의 전략적 로드맵인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비중있게 언급된 것이 바로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이다. IOC는 이를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의 남녀 비율을 절반으로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스키점프,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바이애슬론의 경우 아예 남녀 쿼터를 115명으로 동일하게 맞췄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남녀가 함께 하는 알파인스키 팀이벤트과 컬링 믹스더블이 추가됐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는 전체 엔트리 2943명 가운데 1267명으로 43%를 차지한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IOC는 올림픽에서 남성만 출전하는 종목을 줄이는 대신 혼성경기를 늘렸다"며 " IOC는 자크 로게 위원장 시절인 10여년 전부터 양성 평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강한 추진력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비율이 48.8%까지 향상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8.8%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IOC의 신규종목 선택은 융합과 초(超)연결의 4차 산업혁명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이른바 ‘스포츠4.0’이다. 서로 다른 종목의 장점을 뽑아 새로운 종목을 개발해 관중과 시청자에게 색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이번에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기존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의 장점을 이식했다. 레인을 없애고, 쇼트트랙처럼 여러 선수가 동시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스포츠 4.0시대에는 종목간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잇따라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여름올림픽 육상에 출전하는 선수가 겨울올림픽에선 스타트가 중요한 봅슬레이에 도전하기도 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