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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부르고뉴 와인너리의 사계절 영화에 담은 비결은? '백 투 버건디'

중앙일보

입력

'백 투 버건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 아나 지라르도 인터뷰

[매거진M]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익어가는 와인과 함께 성장하는 세 남매. ‘백 투 버건디’(원제 Ce Qui Nous Lie, 2018년 1월 개봉 예정,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 농장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유산인 농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대립하는 세 남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다. 포도가 익고, 와인으로 만들어지는 현실적인 장면을 위해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은 와이너리의 사계절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고즈넉한 프랑스 시골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경이로울 정도. magazine M이 지난 11월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7’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클라피쉬 감독과 줄리엣을 연기한 프랑스 신예 배우 아나 지라르도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백 투 버건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 아나 지라르도 / 사진=라희찬(STUDIO 706)

백 투 버건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 아나 지라르도 / 사진=라희찬(STUDIO 706)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7’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았는데.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이하 클라피쉬 감독)“프랑스와 한국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국가이지 않나. 빨리 한국 관객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한국 관객이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고, 굉장히 수준 높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와이너리의 사계절을 모두 담았다.
클라피쉬 감독 “사계절을 담기 위해 정확히 10개월을 촬영했다. 매일 촬영한 게 아니라 10개월에 걸쳐 12주 촬영을 했다고 보면 된다. 계절별로 3주씩 촬영을 한 거지.”

-배우들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었을 거 같은데.
클라피쉬 감독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영화 네 편을 촬영한다고 생각해 달라 했다. 그래서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이 어렵지 않았고, 촬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나 지라르도(이하 아나) “클라피쉬 감독님과 예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고, 바로 에이전시 쪽에 1년 동안 다른 큰 스케줄을 잡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번 영화 촬영이 너무 좋아서 다른 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거든. 물론 한두 달에서 길면 5개월 넘게 쉬다가 다시 감정을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부르고뉴 지방에 발을 내디디면, 마치 내가 계속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백 투 버건디'

'백 투 버건디'

-영화를 준비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고.
클라피쉬 감독 “영화를 준비할 때 부르고뉴 지방을 돌아다니며 6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보면서 영화의 색감이나 촬영 장소, 영화의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이후 와인과 자연, 풍경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나 “감독님이 찍은 사진들이 정말 멋있다. 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감독님이 6년 넘게 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와인과 자연, 풍경을 관찰했기 때문에 영화가 자연적인 멋을 지닐 수 있었다고 본다.”
클라피쉬 감독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라도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의 관계를 쌓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에서만 살던 도시 남자지만 요즘 들어 자연에 관심이 커진다.”

-장(피오 마르마이), 줄리엣, 제레미(프랑수아 시빌) 이 세 남매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아나 “어릴 적부터 오빠를 갖고 싶어서 오빠와 남동생이 있다는 설정이 굉장히 좋았다.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실제 남매처럼 관계를 맺어 갔는데,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고 시나리오에 많이 반영해 주셨다.
클라피쉬 감독 “배우를 만나고 관찰하면서 캐릭터와 세 남매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시나리오를 고치고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실제 배우들의 성격과 캐릭터가 점차 일치하게 된 거지. 이들이 아니라 다른 배우였다면 영화의 구성이 많이 달랐을 거다.”
아나 “감독님이 나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내 성격을 캐릭터에 많이 녹여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인물이지만 줄리엣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클라피쉬 감독 “줄리엣은 극 초반에 소심하고 연약하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능력을 믿고 노력하면서 강인해진다. 이는 아나의 열정적인 면과 강인함을 줄리엣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백 투 버건디'

'백 투 버건디'

-어릴 적 자신과 마주하는 플래시백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클라피쉬 감독 “이 영화의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한 산티아고 아미고레나 작가와 나는, 과거를 회상하는 그 자체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나와 마주하면서 상처를 치유 받고, 과거의 문제와 화해하는 고전적인 방법을 영화에 넣은 것이다.”

-와인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을 거 같은데.
클라피쉬 감독 “기자처럼 취재했다. 앞서 말한 사진 작업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상속 문제 때문에 공증인들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이 영화는 완전 픽션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 같은 부분이 많다. 영화에 실제 와이너리 운영자들이 직접 출연을 하기도 하거든.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이 영화에 완벽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아나 “영화에 남매를 도와주는 막셀이란 인물이 있는데, 이 역을 맡은 장 마르크 룰로는 배우이자 실제 와이너리 운영자다. 촬영 전에 자신의 와이너리를 개방해줘서 직접 포도를 따보고, 와인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룰로 덕분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백 투 버건디'

'백 투 버건디'

-제목에 특별한 사연이 있나.
클라피쉬 감독 “편집 과정에서 ‘Ce Qui Nous Lie(우리를 이어주는 것)’라고 제목을 지었다. 와인에 관한 영화라 제목에 ‘와인’이란 글자를 넣고 싶었지만 영화를 다 찍고 보니 와인보단 가족 이야기가 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 그래서 이 남매를 연결할 수 있는 제목으로 만들게 됐다.”
아나 “우리 영화에서 와인은 메타포다.”

-클라피쉬 감독은 연출작마다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클라피쉬 감독 “이번 영화에선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한다.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때 내 존재가 드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거다. 23살 때 첫 연출작인 단편 ‘인 트랜짓’(1986)부터 지금까지 계속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아나 “감독님의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다면 초창기 작품부터 보면 되겠다(웃음). 감독님다운 유쾌한 행동인 거 같다.”

'백 투 버건디'

'백 투 버건디'

-내년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영화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까.
클라피쉬 감독 “내가 이 영화를 만든 목적 중 하나는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배우들 덕분이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2002)에 출연했던 로망 뒤리스와 오드리 토투 등은 당시엔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배우로 성장하지 않았나. 피오 마르마이, 아나 지라르도, 프랑수아 시빌도 더 큰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배우들을 기대해달라고 꼭 말하고 싶다.”
아나 “가족관계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를 원한다면,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내년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백 투 버건디’를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와인 한잔 마시러 가는 걸 추천한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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