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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세무사법 10년 전쟁, 3인이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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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변호사가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세무사법을 고치는 안을 놓고 국회는 10년 전쟁을 벌였다.

변호사에 세무사 자격 안 주는 내용 #조경태, 상임위 통과 밀어붙이고 #정세균 ‘법사위 패싱 1호’로 추진 #정우택, 본회의 직권 상정 반대 안 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는 것은 직역(職役) 이기주의”라는 주장과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세무 관련 사안도 다룰 수 있다”는 반론이 도돌이표처럼 맞섰고 매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07년 10월 이상민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개정안이 자동 폐기됐고, 18~19대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았으나 이 의원이 네 번째 다시 발의한 개정안이 10년2개월 만인 지난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먼저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넘어온 이 의원의 발의법안을 1차 관문인 상임위에서 밀어붙였다. 조 의원은 통화에서 “어떻게 이 법이 10년간 통과가 안 됐는지 내가 묻고 싶다. 변호사가 시험도 거치지 않고 세무사 자격증을 가진다는 게 상식적이냐”고 되물었다. 조 의원이 총대를 메서 1차 ‘허들’을 뛰어넘은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사위에선 올 2월 단 한 차례 심의를 한 뒤 아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법사위가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원내대표와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법안을 부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국회법 86조).

정세균 의장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법사위 패싱’ 1호 법안으로 추진했다. 변호사 출신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세무사법이 법사위에서 통과가 안 되면 법조인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부정적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장이 직접 상정시키기에 가장 명분이 있는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물꼬가 트인 건 지난 11월 22일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였다. 정 의장이 이 문제를 꺼내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반대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법사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본회의에 바로 상정하는 것에 동의해 줬다”며 “국민의 눈높이가 변호사와 세무사의 직역을 나누는 게 맞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게 옳은 건지 상식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11월 28일 열린 법사위 2차 심의에서도 결론이 안 나자 정 의장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으로 법안을 상정했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은 재석 247인에 찬성 215, 반대 9, 기권 23으로 통과됐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의원들의 선택은 엇갈렸다. 반대 9인 가운데는 김진태·주호영 한국당 의원 등이 들어 있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과 곽상도·김정훈 한국당 의원 등은 기권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권성동·주광덕 한국당 의원 등은 찬성했다. 주호영 의원은 통화에서 “모든 직역 간에 싸움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찬성표를 던진 권성동 의원은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폐지한다고 변호사들에게 특별히 불이익이 간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훈·김록환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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