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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정치 끝내고 좀비기업 죽어야 경제 생태계 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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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한국의 경제생태계

한국의 경제생태계

한국의 경제 생태계 문제는 니어(NEAR)재단이 2015년 처음 제기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10년째 중진국 함정에 갇혀 본격적으로 저성장 터널에 빠져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경제·사회·정책학계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생태 연구팀’을 구성하고 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가계·금융·노동·산업·과학·복지·인구·교육 등 모두 11개 부문의 경제 생태적 분석에 착수했다.

『한국의 경제생태계』 펴낸 니어재단 #정치·경제 권력의 담합 구조 깨고 #생태계 위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이들은 최근 그 결과물로 『한국의 경제생태계』(사진)를 내놓았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 경제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찾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간 한국은 규제 혁파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 경제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이제는 중국에도 인공지능(AI)·전자상거래·드론·전기자동차 등 첨단 산업에서 쫓기는 신세에 빠졌다. 반도체도 내년부터 중국산 양산에 직면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이 지경에 빠진 것은 “과잉 정치, 이념화, 담합 구조가 만들어낸 생태계의 침하 현상 때문”이라고 니어재단은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정치-관료-재벌의 3각 영합 구조는 고도성장의 기반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의 해체를 바라는 정치 체제와 이의 존속을 바라는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충돌과 반목이 지속했다. 그 사이에 사회적으로 병리 현상과 단절 현상, 노화 현상이 움트고 5년 단임 정치생태계가 이를 방치하면서 정치와 정책 프로세스가 잘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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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되고 침하하는 생태계에선 새로운 정책을 시도해도 효과가 없다. 효과도 보기 전에 다음 정부에서 뒤집고 또다시 새로운 실험에 나서 실패로 끝나게 된다. 전임과 신임 대통령 사이에 반목과 불화가 불가피해지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5년마다 형성되는 파워 엘리트들과의 관계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사회의 단층화가 심화해 같은 계층끼리 결혼하고 모임을 만들면서 거대한 담합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국민의 심리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 이사장은 이런 병든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려면 “우선 시장 체제 내부의 독과점적 담합 구조와 이 구조의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형성된 갈등 구조 및 갑을 관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담합 구조, 기득권 보호 장치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에 기대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죽고 살아야 할 것이 살아나는 재생성 메커니즘의 복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경제 내부 구조의 칸막이가 되는 규제를 털어내고, 시장과 정부의 역할 분담 체계를 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