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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미래 자동차 시장 지배할 ‘4대 혁명’ 액셀 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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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동차 기술 혁신

#2030년 아침, 김 부장은 인공지능(AI) 개인 로봇 비서 ‘키트’가 예약한 자율주행차량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이동하는 동안 그는 음성으로 급한 이메일을 작성해서 송부한다. 차량 발광다이오드(LED) 유리창에 수신되는 최신 뉴스를 살펴본 후, 유리창에 펼쳐진 쇼핑몰 사이트에서 오늘 저녁 만날 고객에게 줄 선물을 주문한다. 일과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아침에 주문한 선물이 들어가 있다. 2030년, 자동차는 더는 이동을 위해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

자동차 시장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 #2030년까지 연평균 5% 성장 전망 #빅데이터 분석·해석하는 기술 필요 #데이터 번역가 등 전문가 확보해야

#올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엔 메르세데스 벤츠 CEO, 우버 기술 담당 임원 등 자동차 산업의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SXSW는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들이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임원들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서비스, 자율주행,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매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도 수백 개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신제품과 신기술을 발표한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만이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미래의 자동차 시장은 ▶운전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내외부 환경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연결성(Connectivity)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차량 공유(Shared mobility) ▶친환경적 연료인 전기화(Electrification) 등 4개의 기술이 지배할 전망이다. 이 4대 기술은 서로 시너지와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자동차 혁명을 가속할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징후는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센서나 사이버 보안 등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에 대한 벤처 투자액은 2010년 이후 6년간 12배 증가했고, 자동차 관련 인수합병 규모는 2013년 이후 7배나 커졌다. 자율주행 기술부문의 연간 특허 출원 건수도 2012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유 모빌리티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올해 무려 37조원에 이른다. 특히 4대 기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액 중 95%가 비(非)자동차 업체들로부터 흘러 들어갔다는 점은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빌리티 시장에 어떤 변혁을 불러올까?

◆자율주행=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중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5년에는 전 세계 상위 완성차 업체의 80%가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구매 의욕도 강하다. 최근 맥킨지가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향후 가족들과 함께 자율주행 차량을 활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전기화=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중 전기차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을 탑재한 차량은 5% 미만이었다.

2021년에는 신규 차량의 5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기존 라인에 1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5년간 업체별로 10만~6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판매할 전망이다.

◆연결성=현재 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 전자기기들이 서로 호환되고 연결되는 솔루션이 탑재된 차량 비율은 12%에 그친다. 그러나 프리미엄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각종 솔루션이 완벽히 연결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장치) 시스템을 모든 신차에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향상된 기능을 위해 자동차를 바꾸겠다는 소비자도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량 공유=전체 고객의 이동 거리 중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점유율은 현재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러나 향후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택시가 상용화할 경우 미국 고객의 공유 모빌리티 사용률은 약 80%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4개 기술은 기존 전통 자동차 시장과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다. 이로 인해 2030년까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규모가 지금의 2배인 약 76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체와 관련 기술 업체, 그리고 신규 진입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하나의 기술 유형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을 잡기 위해 다채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예컨대, 완성차 제조 업체의 경우 차량 제조라는 전통적 모델을 확장해 공유 모빌리티 사업에 적합한 차량을 특정 고객에게 공급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어 제조업체도 제조업체, 모빌리티 차량 운영업체 등 판매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

둘째, 자동차 내외부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예컨대, 단순한 주행뿐 아니라 차로를 변경하고 멈추는 식의 완벽한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와 교통상황 등 수많은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비·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와 같이 해당 운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 중 유의미한 것을 추출하여야만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조직 역량 확보가 필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업체에서 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재 기업만큼이나 자동차 업계에도 데이터 관련 조직과 데이터 에너지와 데이터 번역가 등 데이터 전문가 확보가 중요하다. 단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내부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 구성해야 한다.

최승혁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미래자동차센터 아시아리더)

최승혁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미래자동차센터 아시아리더)

아직까지 상당수 대형 자동차 업체는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 내 커넥티비티 서비스, 공유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 거대한 물결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휴대전화가 가져온 혁명처럼 말이다.

최승혁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미래자동차센터 아시아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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