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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험상궂은 하마'라고? 공무원연금의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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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1400조원이다. [중앙포토]

국가부채 1400조원이다. [중앙포토]

2016년 말 현재 국가부채가 1400조원이다. 이 중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각각 600조원과 152조원으로 그 절반을 넘는다. 언론들은 “이 험상궂은 하마가 나라를 거덜 낼지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바우씨를 비롯한 연금수급자들은 “보험료 다 내고 연금 받는데 무슨 빚이지?”라며 이해를 못 한다. 연금충당부채의 실상은 무엇일까?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21)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충당부채 나라빚 절반 #충당부채는 확정된 빚 아닌 미래세대의 책무 #공무원과 군이 부담해야 할 몫은 제외해야

연금충당부채(accrued pension liability)란 연금수급자들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금액과 재직자의 장래 연금지급액 중 지금까지 재직한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더한 금액이다.

연금충당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에는 PBO(예측급여채무), ABO(누적급여채무), VBO(확정급여채무)가 있다. PBO는 재직자의 경우 평가 시점 이후 계속 재직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미래 보수인상률도 반영한다. ABO는 기본적으로 PBO와 같지만, 미래 보수인상률은 반영하지 않는다. 반면 VBO는 평가 시점의 재직기간과 보수를 기준으로 그때까지 확보된 연금수급권만 고려한다. 따라서 재직기간이 짧아 아직 연금 받을 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재직자는 일시금을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평가방식은 PBO다. 한편 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장래 연금액을 추정한 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래서 연금충당부채는 어디까지나 추정금액이지 상환 일자, 상환금액 등이 결정된 확정부채가 아니다.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정부가 회계기준을 전환한 2011년부터다. [중앙포토]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정부가 회계기준을 전환한 2011년부터다. [중앙포토]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정부가 회계기준을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전환한 2011년부터다. 발생주의란 현금의 수입·지출과 상관없이 원인 발생 시점에서 손익거래로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따라서 연금제도에서 발생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과거 재직기간에 대한 연금지급 의무가 이미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국가부채로 인식하는 대상은 국가가 사용자로서 직접적인 연금지급 의무가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다. 국민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국가가 제도를 운용할 따름이지 사용자로서 연금지급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

충당부채 과대계상 가능성

연금충당부채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래서 의혹이 많이 따른다. 사실관계를 한번 살펴보자. 첫째, 지급해야 할 연금만 계산하고 앞으로 거둬들일 보험료는 고려하지 않아서 충당부채가 과다 계상된다는 것이다. 보험료 수입으로 장래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 보험료는 이미 발생한 충당부채와는 관계가 없다. 미래 보험료를 반영하려면 미래 재직기간에 대해 추가되는 연금지출도 반영해야 한다.

둘째, 충당부채가 해마다 크게 변동되어 평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2015년 531조원에서 2016년 600조원으로 전년 대비 69조원이나 늘었다. 순수 증가요인은 재직자의 근무 기간이 1년 늘어난 것과 지난해 평가금액의 이자비용이 발생한 것이 전부다. 금액으로는 27조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2조원은 부채평가에 적용된 재무적 가정인 할인율 변경으로 발생했다. 60~70년에 걸친 장기평가를 하다 보니 미세한 할인율 변동에도 충당부채가 크게 변한다.

그리스 크레테 섬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지난 3월 8일 아테네에서 정부의 세금 및 연금제도개혁에 항의하며 개최한 집회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EPA=연합뉴스]

그리스 크레테 섬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지난 3월 8일 아테네에서 정부의 세금 및 연금제도개혁에 항의하며 개최한 집회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셋째, 연금개혁을 했는데도 충당부채는 별로 줄지 않는다는 의혹이다. 일반적으로 연금개혁은 소급개혁이 아니라 향후 지급분에 대한 개혁이다. 그래서 보험료 인상도 개혁 후부터, 연금지급률 인하도 향후 재직기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과거 재직기간에 대한 충당부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연금인상 동결이나 소득이 있을 때 연금을 정지하는 제도를 강화한 조치는 기존 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을 변경시키므로 바로 충당부채를 감소시킨다.

원래 충당부채란 기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방식에서나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그때그때 보험료를 거둬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에서는 부채개념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충당부채를 평가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급의무가 있는 연금액이 얼마인지 알고 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모르고 운영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연금충당부채가 나랏빚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위협적인 인식은 올바른가? 이렇게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연금충당부채란 언제까지 얼마를 갚아야 할 확정된 빚(debt)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책무(obligation)로 이해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충당부채가 있는 것만으로 미리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할 때 공무원과 정부가 나누어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고 꼭꼭 숨겨두는 것도 ‘비겁한 침묵’일 수 있다.

결국 연금충당부채를 평가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확정부채인 국채 등과 동일하게 나랏빚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연금충당부채를 있는 대로 죄다 국가부채로 인식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공무원과 군인이 부담해야 할 몫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몫은 빼줘야 옳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국가책임이라는 두루뭉술한 처리는 회계원칙에 맞지 않는다.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과도한 비난의 원인이 상당 부분 여기에 있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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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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