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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끝까지 핵무장 추진하면 미국, 군사제재 나설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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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05면

미국,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 있나

한반도 상공에서 편대 비행하고 있는 미국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F-35A, F-35B와 한국 공군 F-16, F-15K. [연합뉴스]

한반도 상공에서 편대 비행하고 있는 미국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F-35A, F-35B와 한국 공군 F-16, F-15K. [연합뉴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말폭탄 싸움과 무력시위가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미국은 지난달 동해에서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한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F-22 최신형 스텔스기 등 전투기 240대를 투입한 역대 최대급 한·미 연합공군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도발을 멈춘 지 70여 일 만인 11월 29일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동해로 발사했다.

북 1월까지 핵탄두 생산 전망 #플루토늄 50㎏, 최대 10여 발 #연초 미 강타할 ICBM 완성 땐 #미국 설정 레드라인 넘는 셈

국방부는 지난 8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북한은 장기간에 걸친 고강도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내부 불만 등 체제 불안이 점증하고 있지만 핵과 미사일을 생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략적 도발을 통해 대미 강경 대응과 협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고위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을 문제 삼으며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는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의 고위 정객들의 입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는 전쟁 폭언으로 조선반도에서의 전쟁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전쟁이 터지는가 하는 시점상의 문제”라고까지 밝혔다.

한동안 조용하던 한반도 상황이 이처럼 갑자기 초긴장 상태로 돌변한 것은 북한의 핵무장과 ICBM 완성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도발을 70여 일간 멈춘 것은 화성-15형을 준비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핵무기 설계도를 개선해 현재는 핵탄두 생산에 들어갔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략 12월∼내년 1월 사이에 수발의 핵탄두가 생산될 전망이다. 북한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 50여㎏으로 핵탄두를 최대 10여 발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생산된 핵탄두는 1차적으로는 북한이 보유한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에 장착하고 일부는 수소탄으로 만들어 곧 완전한 성능을 갖출 화성-15형에 실을 전망이다. 바꿔 말하면 북한은 연말께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핵 장착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고, 내년 초반에는 미국까지 강타할 수 있는 ICBM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말하는 금지선인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본격적으로 갖추면 국제사회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북한이 일단 핵무장을 한 뒤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판단이다.

이런 점에 따라 북한은 핵무장과 ICBM 완성에 몰입하고 있다. 한두 달만 더 견뎌 내면 핵무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텨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속으로는 불안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각종 산업현장을 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안고 있어서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기까지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이미 북한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은 미국과 동맹국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전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 호의 차원이 아니라 중국의 이익 차원에서 행동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의 핵무장 언급은 미국 내에서는 일종의 금기 사항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할 경우 대만과 베트남, 나아가서는 인도네시아까지 핵무장에 나설 수 있고 그 결과는 기존 핵보유국 중심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은 핵보유국인 중국도 NPT 체제 유지를 위해 나름의 역할, 즉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조치에 나서라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기류 속에 미국은 북한이 끝까지 핵무장을 추진하면 북한에 대해 군사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그동안 한반도에서 수행해온 대규모 군사훈련을 기반으로 북한에 대해 무력제재를 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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