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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터놓고 대화 … 경제 보복도 공식 문제 제기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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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04면

문 대통령 방중과 한·중 관계

중앙일보 사내 중국 전문가들이 지난 6일 본사 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맞아 올해 한·중 관계 평가와 향후 전망 등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유상철 논설위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김경빈 기자

중앙일보 사내 중국 전문가들이 지난 6일 본사 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맞아 올해 한·중 관계 평가와 향후 전망 등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유상철 논설위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김경빈 기자

올해 한·중 관계는 말 그대로 격랑의 한 해였다. 연초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어지면서 1992년 수교 이후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적잖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도 양국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하던 한·중 관계는 최근 한국 정부의 ‘3불(不)’ 입장 표명으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오는 13~16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도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일부 허용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중앙일보 사내 중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사다난했던 올해 한·중 관계를 되돌아보고 한·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짚어보면서 새해 한·중 관계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전망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SUNDAY NSC’에는 유상철 논설위원(전 베이징 특파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이 함께했다.


올해 한·중 관계를 총괄해 보자면.
유상철=한마디로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긴 했는데 붙잡고 있는 게 흔들바위인 형국이다. 중국 옛말에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한겨울 얼음 석 자가 하루아침에 언 게 아니다)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양국 관계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우리 입장에선 이번에 중국의 민낯을 봤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등 뒤에서 중국을 칼로 찔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국 국민의 정서가 이 정도로 악화되다 보니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우덕=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가 지난달 “중국이 우리의 협력 파트너는 될 수 있겠지만 친구(friend)는 아니다”고 했는데 올해 한·중 관계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진 막연하게나마 중국을 친구로 여기고 있었는데 사드 논란 등을 겪으면서 함께 협력할 대상은 되지만 친구는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됐다. 친구라면 미래를 함께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기까진 갈 수 없는 나라였던 거다.

이영종=현실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국가 역량이나 내공에서 차이가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특히 외교력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북·중 관계는 아무리 미워도 결코 내칠 수 없는, 동지적 연대를 넘어 피로 맺은 유대 관계임을 새삼 확인시켜준 한 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독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이 많았다.
유상철=사드를 대하는 양국의 인식이 완전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적 신뢰가 깊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국을 생각할 때 항상 그 뒤에 어른거리는 미국이란 그림자를 보고 있다. 사드 배치도 결국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북핵 대비용이란 한국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 속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리에겐 북핵 위협이야말로 임박한 위협이 아닌가. 그런데도 중국이 미래의 위협을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면서 한국을 길들이려 하니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거다.

한우덕=경제 보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1~9월 대중 수출이 지난해 대비 13.4% 늘었다. 수입도 많이 늘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실제로는 양국 경제 관계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 이유는 딱 하나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정보기술(IT) 등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가 수출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맷집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영종=사드 배치가 우리에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긴박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국민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그러면서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 와중에도 경제적 충격 완화에는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한·중 관계, 흔들바위 붙잡고 있는 형국

국민 정서는 경제적 피해가 컸다는 쪽인데.
유상철=사드 보복이 없었다면 13.4%가 아니라 30%는 증가했을 거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롯데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 관리가 “롯데는 끝까지 응징하겠다”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알고 보니 롯데가 지난해 사드 부지 제공을 2주가량만 늦췄으면 탄핵 정국 등과 맞물려 사드 배치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데, 이런 상황 인식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 아닌가. 왜 이런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됐는지 중국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우덕=사드 위기 속에서도 우리 산업이 아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건 확인됐지만 관건은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냐다. 문제는 올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정치 리스크가 한·중 경제 협력을 좌지우지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기업들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젠 정치 변수가 상수가 돼 버렸구나”라고 깨닫기 시작했다.

‘3불’ 입장 표명을 놓고도 논란이 적잖다.
이영종=외교라는 게 정상회담이 잡히면 부담스러운 사안들은 사전에 가지치기를 하거나 뒤로 넘기면서 대통령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줘야 하는 건데 이번엔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어마어마한 짐만 안긴 셈이 됐다. 중국은 몇 수를 내다보고 바둑을 두고 있는데 우리는 한 수 앞만 생각하다 이런 패착을 둔 게 아닌가 싶다. 3불도 따져 보면 당장 현실화될 게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불편입은 이전 보수 정부도 뒤로 미뤘던 사안 아닌가. 굳이 이렇게 못을 박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그때 해결해도 될 일을 패키지로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는 바람에 불씨만 키운 격이 됐다.

유상철=사드 갈등과 그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어떻게든 빨리 풀어야겠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희생한 게 너무 많다. 특히 안보 주권에 관한 사안에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뼈아프다. 내용적으로도 3불이 아니라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포함해 4불이고 이를 중국 요구대로 다 들어준 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이 총 한 방 쏘지 않고 한국과의 사드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우덕=정부가 평창 겨울올림픽에 집착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준비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3불 얘기를 꺼낸 게 아닌가 싶다. 중국과의 관계는 한·미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무장해제를 해버리니 중국이 곧장 압박하고 나서는 것 아니겠나. 한편으로는 국내 정치권 등에서 3불을 너무 부각시킨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우리 스스로 논란은 키우지 않는 게 외교나 국익 차원에서 더 나았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상철=국민이 가장 의아해하는 게 정부는 사드 논란이 봉합됐다는데도 시 주석이 문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를 또 거론했다는 점이다.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왜 이러는 건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중국 최고지도자가 그동안 한 말도 있으니 체면을 생각해서 그러는 측면이 있다. 국내 여론도 감안하고. 둘째는 3불 발표 이후 한국 내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중국도 한국 정부가 과연 이걸 지킬까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단도리하는 차원에서 자꾸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우덕=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지난 10월 당대회 연설로 미뤄볼 때 시 주석은 세계가 블록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럼 아시아 블록에서는 누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느냐. 당연히 중국이라 생각할 거다. 그럴 경우 겉으로는 친성혜용(親誠惠容)을 내세우며 주변 국가와의 친선외교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뿌리 깊이 박힌 중화사상의 틀을 벗지 못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3불이 좋은 건수가 된 셈이다.

이영종=이 부분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사회적 이슈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정부로서 국민 여론을 최대한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점, 한·미 동맹과의 상관 관계와 내부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 뒤 이런 상황에서도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는데 중국이 계속 압박을 가하면 3불의 존립이나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였다.
한우덕=중국이 실제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만 쓸 수가 없는 현실이다. 석유 파이프도 결코 잠글 수 없을 거다. 잠그는 순간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실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도 북한이 언젠간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란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김정일도 중국은 절대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나.

유상철=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영향력을 사용하고 나면 북·중 관계가 파탄 나고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북제재가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 않나. 중국이 진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려면 그만큼 얻는 게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최소한 중국에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충족돼야 영향력 행사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영종=과거 김정일의 대중 전략은 한마디로 면종복배(面從腹背)였다. 김정은은 한술 더 떠서 중국 입장에서 보면 배은망덕으로 가고 있다. 2011년 전 세계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난할 때도 멍젠주(孟建柱) 특사를 보내 승계를 지지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말을 안 듣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이 춥고 배고프고 절박한 상황이 닥치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자신감에 우리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

올해 한·중 북핵 협조는 잘됐다고 보나.
유상철=북핵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현재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로드맵은 북핵 개발 단계에선 적절할지 모르지만 워싱턴DC까지 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니 한·중 공조에서도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이영종=유엔 차원의 제재에는 적극 동참하겠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제재는 흔쾌히 응할 수 없다는 원칙은 중국으로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중앙정부도 지시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동북 지역 금융이나 변경 무역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도 이전 정부 못지않게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올해 한·중 북핵 공조는 90점 이상 이행됐다고 본다.

특사 면담 거절, 시진핑 따귀 때린 격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이영종=김정은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대대적인 평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의 도발 때문에 힘들었던 중국의 입지도 회복되고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올해는 바닥을 헤맸지만 연말과 내년 초가 김정은과 시진핑 시대의 북·중 관계가 새롭게 펼쳐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상철=나는 상당히 비관적으로 본다. 이번에 쑹타오(宋濤) 특사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것도 단순히 스타일 좀 구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시 주석 면전에서 따귀를 때린 격이다. 특사의 격이 낮았다는 말도 있지만 쑹 특사는 시 주석 인맥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앞으로 북한이 대대적인 유화책을 쓰더라도 세상은 북한 스케줄대로 가지 않을 거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기조 속에서 새로운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앞으로 2~3개월이 오히려 매우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

한우덕=중국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경우 국익 차원에서라도 기꺼이 북한의 손을 잡을 동인은 충분하다.

이번 정상회담에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유상철=북핵 공조, 평창 올림픽 때 시 주석 방한, 3불 논란, 경제 협력 등 네 가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 주석 방한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내가 못 가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한 건 외교적으로 안 가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내년 2~3월엔 전인대·정협 양회와 중국 공산당 2중전회 등 주요 정치 행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이를 거절의 명분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시 주석 방한 성사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희생하는 모습이다. 와도 좋고 안 와도 좋다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국도 우리를 얕보지 않는다.

한우덕=그동안 중국의 경제 보복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당하기만 했는데 이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가 됐다.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를 없는 것처럼 외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차 배터리 문제나 한류 제재 등 정책적 소외를 받은 부분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얻어낼 시점이다.

이영종=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방중이란 측면에서 북핵 문제뿐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참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발 국제무대에서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하지 말아 달라는 거다.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하지 않았나. 인도적 지원이라는데 인권 대통령을 표방한 문 대통령이 무슨 할 말이 더 있었겠나. 이런 지뢰들은 미리 제거해 달라는 거다.

대국 넘어 강국 지향 ‘중국몽’ 경계해야

내년 한·중 관계를 전망하자면.
유상철=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 주석이 당대회 때 3시간반에 걸쳐 3만2000자가 넘는 장문을 발표했는데 이를 한 글자로 요약하면 강할 강(强)자였다. 덩샤오핑(鄧小平)이 21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을 묘사했다면 시 주석은 여기에 강국이란 두 글자를 더했다. 이게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신(新)시대이자 중국의 꿈, 중국몽이다. 대국을 넘어 강국으로 가겠다는 거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한국과 베트남도 중국의 영향력 안에서 조공을 바치던 옛 질서의 회복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중국 외교관들에겐 소국은 대국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배어 있다. 하지만 21세기 주권국가 시대에 이런 세계관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닌가.

한우덕=두 정상이 반갑게 악수하는 사진이 찍히면 겉으로는 양국 관계가 상당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일 거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새로운 시련의 시작일 수 있다. 강국의 꿈은 경제 분야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예전엔 주변국과의 분업 구조로 성장했다면 최근 2~3년간 거의 모든 산업에서 완결된 공급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한류도 예전 같지 않을 듯하다. 한류가 막혀 있던 1년 새 중국의 드라마 제작 수준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 웹드라마는 해외로 수출할 정도다.

이영종=내년 초엔 꽤 괜찮은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싶다.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돌아오면 한국과 북한·중국의 3자 관계가 대화를 매개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평창 올림픽도 쌍중단을 고리로 한·중이 의기투합하는 계기가 될 거다. 도전적 요소는 그 과정에서 한·미 동맹과 상충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여기에 미국이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고 미·중 힘겨루기가 격화될 경우 한·중 관계도 힘들어질 수 있다.

유상철=2012년 시진핑 당시 부주석 방미 때 미국 언론이 ‘프레너미(friend+ enemy)’라는 표현을 썼다. 친구나 적보다 오히려 상대하기 힘든 게 프레너미다. 중국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 것이냐, 적으로 만들 것이냐는 결국 우리의 지혜에 달렸다.

진행·정리=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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