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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IT월드] 출근길 심심해 시작한 카풀, 한 달 30만원 돈도 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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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유경제로 투잡 뛰는 사람들 

온라인 마케터로 일하면서 동시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호씨. [사진 에어비앤비]

온라인 마케터로 일하면서 동시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호씨. [사진 에어비앤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사는 김진호(34)씨는 지난해부터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집주인)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온라인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시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집에 받고 있다. 신혼집에 남는 지하 방에는 한 달에 평균 20일 이상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외국인 손님이 머문다.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연결 쉬워져 #여가·자산 활용한 제2직업 늘어 #신혼집 지하방 ‘에어비앤비’ 공유 #외국 손님 받아 월 100만원 부수입 #카풀은 택시업계와 갈등이 숙제 #“공존하며 더 좋은 서비스 경쟁을”

“처음에는 유럽 여행비를 마련하려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오더라고요. 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 가끔 밥도 먹고 차도 한잔 합니다. 청소하는 것도 적응되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이제는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도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일하며 손님을 받고 있어요.”

김씨는 “우리 집이 다른 에어비앤비 숙소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잘 꾸며둔 인테리어 때문”이라며 “집 크기나 위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한 달에 집 한 채를 잘만 운영하면 100만원은 거뜬히 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김씨처럼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제2의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여가와 자산을 활용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호응을 얻는 것이다.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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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카풀(차량 동승) 서비스도 국내에서 다시 인기를 끈다. 카풀은 원래 1990년대에 급격히 치솟던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권장했던 캠페인이었다. 이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매번 동승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동탄에서 자동차 관련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는 김현섭씨는 일주일에 2~3번씩 출근길에 카풀 앱 ‘풀러스’를 통해 동승자를 구한다. 카풀 라이더를 하게 된 것은 경기도 수원에서 동탄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매일 아침 출근길이 지루해서였다.

“회사 근처에 사무실이 많아서인지 동승자 대부분도 비슷한 연령대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과는 이런저런 얘기도 편하게 하고요. 편하게 출근하면서 매달 조금씩 부가 소득을 얻는 것도 장점이에요.”

김씨는 한 달에 10번 정도 카풀을 하는데 보통 20만~30만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풀러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택시 요금보다 20~30% 저렴한 요금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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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안 쓰는 가방이나 옷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여하면 본인이 다른 옷을 빌릴 때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의류 대여 서비스나 남는 사무실과 회의실을 빌려주는 공간 대여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돈을 벌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카풀 라이더나 숙소 호스트로 공유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업체는 안전을 고려해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영업할 권리를 준다. 에어비앤비는 여권·운전면허증 등 국가 신분증과 셀카를 제출받아 대조한다. 숙소를 예약하는 손님과 집주인 간에는 신분증상의 이름과 본인 인증 완료 여부, 소개 사진도 무조건 교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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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스에서 드라이버가 되려면 차량 등록증·보험 증서를 제출하고 점검 서비스도 받아야 한다. 카풀 동승자와 만날 때도 개인 전화번호는 노출되지 않게 안심번호 서비스를 이용한다. 불편했거나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동승자가 있었으면 매칭을 거부할 수도 있다.

업체들이 이같이 엄한 이용자 정책을 마련한 것은 짧은 역사인 데도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외국에서 투숙객을 상대로 한 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해 논란이 됐다. 풀러스는 현재 택시 업계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아침저녁에만 운영하던 서비스 시간을 지난달 24시간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택시 업계와 같은 이유로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카풀 드라이버로 일하는 김씨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택시와 풀러스가 공존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양쪽 업계에도 가장 이득”이라며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S BOX] 50대 이상 63% “공유경제 참여 의향”… 나이 들수록 관심 높아져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연령·소득·정보통신기술(ICT) 습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의 공유경제 소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고령층· 정규직·고소득자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들보다 상대적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당장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비율(31.6%)은 낮지만 ‘앞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63.4%)는 의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공유경제를 이용해 본 사람 10명 중 7명은 향후에도 지속해서 공유경제를 통해 물건과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보면 ▶공간 ▶물건 ▶이동수단 ▶지식 순서로 만족도가 높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공유경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일수록 공유경제의 소비자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결국 이들이 높은 만족을 경험한 다음 지속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또 이용하려는 것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공유경제 거래에 대한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있는 전제하에 신뢰한다’는 응답이 43%, ‘공유경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6.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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